미국행 "8월 중순 공식 출마"
“차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은 청렴하고 비유럽인이 당선됐으면 된다.”
FIFA 차기 회장직에 도전장을 내민 정몽준(64)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겸 FIFA 명예 부회장의 입장은 단호했다. 정 명예회장은 23일 미국ㆍ캐나다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골드컵 축구대회가 열리는 미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인천공항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제프 블래터(79) FIFA 회장이 자신이 받는 경비, 보너스를 공개하지 않는 건 매우 잘못된 일이다. FIFA 내에 독립된 기구가 여럿 존재하지만, 책임자를 회장이 총회서 추천해 추인하다 보니 사실상 임명에 가깝다. 독립된 기구에 FIFA 회장이 책임자를 추천하면 안 된다”며 “집행위에 책임을 돌리는 것도 적반하장이다. FIFA 회장은 전용기를 타고 다니지만, 회원국 중에는 2018년 월드컵 예선전에 참가할 비용도 없는 협회도 있다. 그런 협회들을 도와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FIFA 차기회장에 비유럽인이 당선됐으면 한다. FIFA가 지금 백열한살이 됐는데 모두 유럽 분들이 회장을 했다. 브라질 출신인 아벨란제 회장도 사실 유럽출신이다”며 “월드컵이 ‘유럽컵’이 되면 안 된다. 월드컵도 유럽 밖에서 했는데 FIFA 회장도 유럽 출신 아닌 분이 하는 게 오히려 유럽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다”고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 명예회장은 미국에서 북중미 축구계 관계자들은 물론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등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키신저 전 장관은 축구 광팬이다. 그분은 FIFA를 위해 조언해주는 역할도 했다. 그런 만큼 FIFA의 현 상황과 나아갈 방향에 대해 설명을 들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며 미국에서의 일정에 기대를 나타냈다.
공식 출마 일정에 관해서도 밝혔다. “지금은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다”고 말문을 연 정 명예회장은 “공식 출마 발표는 8월 중순경, 가능하면 세계 축구의 중심인 유럽에서 할 계획이다. 당선까지 쉽지는 않을 것이지만, 도전할 가치는 있다.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4년간 외부에서 FIFA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박종민기자 mi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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