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Listening and Speaking
발음은 변한다. 어릴 때 발음이 평생 가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영국 Elizabeth II 여왕(1926~)의 젊은 시절 발음은 지금 기준으로 영국 표준 발음인 RP(Received Pronunciation)와는 전혀 다르다. 그녀가 한국 나이로 30세이던 1957년 크리스마스를 맞아 남긴 메시지를 들어보면 (https://www.youtube.com/watch?v=mBRP-o6Q85s) 우아하거나 멋진 발음과는 거리가 멀다. 시골 처녀가 도시 억양을 억지로 흉내 내는 것처럼 자연스럽지 않고 전체 억양과 리듬도 영국 특유의 상류층 발음과 거리가 있다. 그러나 50~60년이 지난 지금의 발음은 나름대로 세련되고 우아하다.
영국의 축구선수 David Beckham의 인터뷰 발음을 모아서 들어보면 나이가 들면서 발음을 좀더 정확하게 하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의 일상 대화 발음은 London 발음(cockney)인데 인터뷰 등에서는 특별히 ‘우아한 영국 발음(posh accent)’을 하려고 신경 쓴다. 발성 몇 마디만 들어도 사람의 정체성을 짐작할 수 있고 발음이 주는 정보가 많기 때문이다. 말하는 사람의 교육 배경 문화 인성까지도 드러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일정 패턴의 발성과 언어 습관에 유별난 관심을 갖는다. 영국에서 상류층 발음이나 표준 발음이 묵시적으로 강조하는 점은 ‘치장하지도 말고 생략하지도 말라’이다. 여기서 구슬 굴러가듯 들리는 미국 발음과 영국 발음이 크게 대비된다. 대부분의 영국인이 ‘BBC 발음’이나 표준이라고 하는 RP발음에 난색을 표하는 이유도 ‘발음은 정확히 자연스럽게 하면 된다’는 생각에서다. 심지어 ‘RP is a fairly loathsome concept’라고 말하면서 RP발음은 메스꺼운 발음이라고 비난까지 한다.
이를 감안한다면 우연히 만난 영국인 한 두 사람의 발음을 듣고 종주국 발음이니 원어민 오리지널 발음이니 따지는 것은 우스꽝스러울 뿐이다. 가령 ‘Down here’의 발음을 ‘dine here’으로 하고 ‘Now’의 발음은 ‘나이’로, ‘house’는 '하이쓰(hise)’로 발음하는 사람도 있다. 아일랜드 북부 스타일임을 짐작할 수 있는데 자국민들 사이에서는 ‘우아하고 멋진 발음’이 아닌 것으로 통한다. 남자보다는 여자가 발음 변화가 심하고 나이를 먹거나 교육 수준이 높아질수록 발성법이 변하는데 이는 인간만이 갖는 언어적 본능이라고 한다. ‘사람의 발성은 왜 바뀌는 것일까’에 대한 비디오(https://www.youtube.com/watch?v=OiljTaop-pQ)도 있다.
이러한 발음을 놓고 영국 미국을 넘어 전 세계인의 의견이 분분한 것도 global 시대의 새로운 풍속도다. 흔히 표준이라고 하는 Standard나 영국의 RP, 미국의 General American 같은 기준보다는 세계인이 들었을 때 듣기 쉽고 부담 없는 발음이 신뢰를 얻고 사랑 받는다. 그 발성은 기교 없이 기본에 충실하고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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