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미있게 보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요리 고수들이 등장해 냉장고에 방치되었거나 자투리 재료들을 가지고 일품요리로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이다. 늦은 밤 방송으로 한밤 입맛을 자극해 원성도 듣는다곤 하지만 재미는 물론 환경적으로 유익하기도 하다. 환경적이라는 것은 보통 사람이라면 처리가 곤란해 자칫 음식물쓰레기가 되었을 법한 묵은 재료들이 고수들의 솜씨에 따라 맛깔스러운 음식으로 재탄생하기 때문이다. 방송을 보며 각 가정에서 냉장고 속을 한번 들여다보고 잊고 지낸 재료들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까지 한다면 더할 나위 없다.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요리가 많은 우리 음식문화에선 음식물쓰레기가 많이 발생한다. 음식물쓰레기양은 2005년 이후 매년 증가해 2014년 기준 전국 일일 평균 1만2,663톤으로 전체 생활폐기물 발생량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비용으로 매년 8,000억원 이상이 소요되고, 식량자원 가치로 환산할 때 20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한다. 식재료의 조리, 유통, 음식물쓰레기 처리 과정에서 온실가스 885만톤 CO2e 이상이 배출되고 있다.
음식물쓰레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과거 발생 후 처리에 주력했던 음식물쓰레기 정책들은 현재 발생 자체를 최소화하고, 국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방법으로 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행하게 된 것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이다. 2013년 6월 전국적으로 시행돼 전면 시행 3년차를 맞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전용봉투, 납부칩, RFID(무선주파수 인식기술) 방식 등을 이용해 각자가 배출한 양만큼 정확히 요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그 중 RFID를 활용한 방식이 편의성과 효과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 전국 146개 시ㆍ구 지역 중 103개 지자체에서 계량 및 정보관리가 가능한 RFID 방식을 도입했다. 2014년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RFID 방식 도입 전 대비 세대별 하루 평균 음식물쓰레기 발생량은 701g에서 518g으로 평균 26% 감소한 것으로 분석됐다. 발생량이 26% 줄어들 경우 연간 2,080억원의 처리비용 절감과 소나무 4억 6,800만 그루의 흡수량에 해당하는 연간 230만톤 CO2e의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있다.
우리가 매일 만들어내는 음식물쓰레기는 전체 발생량 중 70%가 가정과 소형 음식점에서 나온다. 국민 1인당 하루 평균 발생량은 0.28㎏으로 이는 프랑스 0.16㎏, 스웨덴 0.086㎏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많은 수준이다. RFID 방식 기준 평균 30%대를 기록했던 음식물쓰레기 감량률은 시간이 거듭되며 조금씩 떨어지거나 정체되고 있다. 이제 안정화된 감량 수준에 도달했다고 할 수도 있고, 지자체별로 처리 수수료의 주민부담률 현실화가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도 한 요인일 수 있다. 아직은 제도 시행 초기로 배출자가 수분 제거, 선별 등 올바른 배출 방법에 익숙지 않은 탓도 있다.
감소의 원인을 떠나 현 수준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국가경제나 환경적으로나 큰 부담이 된다. 배출량을 줄이면 가계의 경제적 부담도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는 앞으로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기술에 따라 더욱 발전할 것이지만 근본적인 해법은 결국 발생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구성을 보면 보관ㆍ폐기 식재료가 약 9%를 차지한다. 정기적인 정리로 냉장고 속 자투리 식재료를 활용하고, 계획적인 식재료 구매를 생활화한다면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더욱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냉장고’프로그램이 그래서 반갑다.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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