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부총리 호주머니 열어봤더니
국무위원은 대통령을 보좌해 국정을 심의한다. 국가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혹은 일어날 일들이 정보로 모아져 이들에게 전달된다. 그만큼 다뤄야 할 업무도 많고 책임도 막중하다. 해외에 나가면 최고위 외교관이 된다. 일거수일투족이 공개되고 말 한마디에 수많은 귀가 쫑긋거리는 자리다. 그렇다 보니 취미를 즐기거나 개인적인 일을 처리할 시간은 거의 없다. 하물며 최근 대통령까지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 경제와 개혁을 위해 매진해 주길 바란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 국무위원의 호주머니에는 뭐가 들어 있을까. “매일 주머니 속 사직서를 던지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는 직장인들처럼 사직서라도 들어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궁금한 차에 인터뷰에 응한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의 호주머니를 열어봤다. 막중한 책임의 자리에 있는 그지만 소박한 이웃 어른의 모습이 엿보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① 국회출입카드. 황 부총리는 국회의원이기도 하지만 장관 취임 이후에는 정부부처 업무보고로 불려갈 때가 더 많다.
② 신용카드. 황 부총리는 BC카드를 쓴다. “비자카드를 쓰면 외화가 날아간다”고 쓰지 않는다고.
③ 주민등록증. 그 역시 대한민국 국민이다.
④ 관사아파트출입카드. 교육부는 세종시에 있다. 황 부총리가 거주하는 관사도 세종시에 있다. 일주일에 2~3일은 관사에서 잔다.
⑤ 지갑.
⑥ 서울대총동창회수첩. 그는 부회장을 맡고 있다.
⑦ 청와대출입카드. 국무회의가 열리거나 대통령이 부를 때 꼭 패용해야 한다.
⑧ 휴대전화 속 손녀들 사진. 황 부총리는 ‘손녀바보’다. 바빠서 자주 보지 못해 사진으로 만나지만 사진을 볼 때마다 원래 웃는 얼굴인 황 부총리의 얼굴은 더 미소가 번진다고 주변인들은 전했다.
⑨ 5만2,000원. 이날 소지한 현금. 평소 10만원씩 찾아 지갑에 넣고 다니는데 어디 쓰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매번 열어볼 때마다 줄어 있단다.
⑩ 메모리카드(USB). 사회 현안과 교육 현안이 담긴 문서 보관용.
⑪ 교육부 수첩. 취임 이후 50번째 쓰는 수첩. 글씨체 공개를 요구했으나 “누구누구 나쁜 놈이라고 써 있어서 공개 안 한다”는 농담을 했다.
글=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사진=오대근기자 inli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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