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2일 제7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15~2029년)을 확정했다. 지난달 발표 이래 거센 논란을 부른 기본계획안 거의 그대로다. 국민의 에너지 소비 감각이 변화하고,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거부감이 한결 뚜렷해지고 있는데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크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전력수요를 과다하게 예측했으며, 결과적으로 2기의 원전 추가 건설만 눈에 띄는 변화라고 지적해 왔다.
기본계획은 우선 국내 최대전력 수요가 연평균 2.2% 늘어나 2029년 11만1.929㎿, 여기에 설비 예비율 22%를 적용한 적정 전력설비가 13만6.553㎿에 이를 것으로 보았다. 또한 지금까지의 계획에 비춘 2029년까지의 확정 전력설비 규모가 13만3.097㎿에 불과해 부족분을 설비용량 1,500㎿의 원전 2기 추가 건설로 메우기로 했다. 뚜렷이 변화하는 가계와 산업계의 에너지 소비행태를 감안, 연평균 수요 증가율이나 설비 예비율을 낮춰 잡으면 굳이 추가로 원전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자연스럽다.
기본계획안과 다른 것이라고는 확정설비 규모가 13만3,684㎿에서 13만3,097㎿로 준 게 고작이다. 그러나 이는 2017년 6월 가동연장 기간이 끝나는 고리원전 1호기(설비용량 587㎿)의 영구폐쇄 결정을 반영한 결과일 뿐이다. 다만 6차 계획(2013~2027년)에 비해 석탄 발전 비중을 34.7%에서 32.3%로 낮추는 반면 액화천연가스(LNG)발전 비중을 24.3%에서 24.8%로 늘리겠다는 등의 부분적 개선이 엿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석탄발전 비중의 하향은 6차 계획에 들어있던 영흥 화력발전소 7ㆍ8호기(1,740㎿)와 동부하슬라 1ㆍ2호기(2,000㎿) 건설 계획의 취소 등에 따른 결과일 뿐 특별한 정책의지의 실현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더욱이 LNG 발전 비중을 늘릴 듯한 인상도 허상에 가깝다. 기본계획이 담은 전원구성비는 어디까지나 전력피크 기여도 기준이다. 전력수요 폭주로 모든 설비를 가동하는 경우를 상정한 것이어서 현실성이 희박하다. 기본계획의 전력 예비율 22%는 통상 전력설비의 78% 이하 가동을 가리킨다. 실제로 지난해 유연탄발전소의 평균 가동률이 87.6%, 원전이 86.2%였던 데 비해 LNG발전소는 43.2%에 불과했다. 그 동안 LNG 발전원가가 원자력이나 유연탄의 2~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국에서 시작된 셰일가스 혁명이 중국 등지로 번지면서 천연가스 가격 인하를 예고하는 등 LNG 발전 원가의 하향 전망이 강하다. 여기에 정책적 지원만 보태면 저탄소ㆍ 무공해 에너지인 LNG의 적극 활용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정부가 에너지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지가 관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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