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성, 연구 프로젝트 공모 지원
군사 분야 금기시하던 학계 논란
아베 정권이 패전 이후 지켜왔던 ‘대학의 군사연구 금지’ 원칙을 무너뜨리며 군사 강국 행보를 본격화하고 있다. 일본 방위성이 국가의 안전에 도움을 주는 기술 등 무기개발에 응용할 목적으로 민간연구자들에게 연구비를 직접 지원키로 한 것이다.
일본 방위성은 국방, 재해 대응, 국제평화협력 등에 사용할 수 있는 장비의 연구개발 등에 연결될 기초 연구 프로젝트에 대해 총 3억엔(약 28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공모를 실시, 건당 최대 3,000만 엔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2일 전했다. 방위성은 대학, 독립 행정법인, 벤처 기업 등을 대상으로 내달 12일까지 공모를 진행해 10건 정도를 선정할 예정이다. 연구테마로 방위성은 ‘마하 5’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항공기 엔진기술이나 로봇 및 무인차량의 이미지 인식기술 등 28개 분야를 대상으로 예시했다.
방위성이 최근 들어 대학과의 기술교류를 진행하고 있지만, 군사적 목적으로 대학 등에 직접 연구비를 제공하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건당 연평균 200만∼300만엔에 달하는 지원규모는 문부과학성의 과학연구비 보조금을 크게 뛰어넘는 고액이다.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민간연구를 촉진하려는 게 방위성의 취지라고 밝혔다.
방위성의 이런 움직임은 국방력 강화 의도와 함께 방위산업을 키워‘아베노믹스’동력으로 삼겠다는 목표의 일환이다. 아베 내각은 2013년 말 내놓은 10개년 방위구상인 방위계획대강에서 “대학과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방위에도 응용 가능한 민간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베 정권은 지난해 4월 이른바 ‘무기수출 3원칙’을 철폐함으로써 무기수출 및 외국과의 무기 공동개발과 관련한 족쇄를 풀었다. 호주 등은 긴말한 협력을 이미 시작했고, 무기개발과 구매를 총괄하는 방위장비청도 발족할 예정이다.
아베 정권의 거침없는 행보에 학계가 혼란에 빠졌다. 일본 학계는 패전 후 군사와 학문이 일체화했던 과거에 대한 반성 차원에서 군사연구를 금기시하고 있다. 일본학술회의는 1967년 “전쟁을 목적으로 하는 과학연구는 절대로 없다”고 성명을 내며 군사분야에 선을 그어왔다. 하지만 올 들어 도쿄대가 1969년부터 유지해온 군사 연구 금지 내부원칙을 해제키로 하는 등 변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간 진행된 국공립대 법인화 이후 정부의 운영비 지원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어 재정난을 견디지 못한 일부 대학들은 연구재원 확보를 위해 방위성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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