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트하우스’ 빌려 재력가 행세 50대 사기녀 중형
서울 강남의 330㎡(100평) 대형 펜트하우스에 남성 사업가 등을 초대해 파티를 벌이는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투자를 빌미로 수십 억원을 뜯어낸 5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김동아)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하모(52)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22일 밝혔다.
하씨는 자신이 사는 강남 도곡동 고급 펜트하우스(24층)에서 사업가와 명망가, 연예인들을 불러 파티를 즐기곤 했다. 초대 받은 이들은 방안에서 한층 아래 조성된 정원을 보면서 그녀의 재력을 부러워했다. 하씨가 60억원대 집을 소유한 것으로 여겼다. 하씨는 자신을 재고의류를 헐값에 대량 사들여 처분하는 ‘땡처리’사업으로 수천억원을 모은 재력가인양 소개하면서 투자를 해보라며 눈웃음을 쳤다. 그녀의 집을 찾은 손님들은 펜트하우스에 홀린 듯 아무 의심 없이 선뜻 거액을 건넸다.
그러나 하씨의 호화생활은 사기극을 위한 ‘연극 무대’에 불과했다. 하씨의 실체는 빚만 적어도 17억원을 진, 신용불량자였다. 하씨는 보증금 3,000만원에 매달 1,000만원을 주고 펜트하우스를 빌려 살았다. 타고 다닌 수억원대 수입차 벤틀리도 빌린 차였다. 그녀는 아무 사업도 직업도 없는 빈털터리였지만, 남성 사업가 등에게 돈을 빌려 채무를 갚는 돌려 막기로 재력가 행세를 이어나갔다.
세무사와 사업가 등이 “재고의류 구입잔금 10억원이 부족하니 빌려주면 한 달 뒤 이자 1억을 붙여주겠다”는 식인 하씨의 말에 속아 넘어갔다. 하씨는 실제 사업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자신이 고용한 가정부의 남편 이름으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회사 임원으로 꾸며냈다. 이렇게 하씨는 201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총 30여차례에 걸쳐 38억여원을 뜯어냈다.
하씨는 재판에 넘겨진 뒤에도 피해 남성 A씨에게 받은 돈은 “내연관계의 대가”라고 주장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씨의 가정부가 “하씨는 A씨와 동거한 적이 없다”고 증언한 데다 하씨가 1년 사이 남성 4명과 교제, 동거, 결혼, 상견례 등을 했던 사실이 밝혀지며 거짓임이 드러났다. 5억 6,000여만원을 뜯겨 경영 위기를 겪은 사업가 B씨 등 피해자들은 곤경에 처했지만, 하씨는 과소비에 열을 올렸고 아들 부부에게 거액을 주기도 했다.
재판부는 “신용불량자이고 어떤 사업도 하지 않으면서 기존 채무를 갚거나 사치스러운 생활을 유지할 생각에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빌리는 범행을 반복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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