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16곳 한해 유지비 203억
올해 예상 수익은 37억에 불과
업무시설 운영 사업자 유치도 난항
마땅한 사후 활용방안 없어 골머리
20일 인천 서구 연희동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 차량 1,997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은 텅 비었고, 인기척 조차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썰렁했다. 지난 해 10월 폐막식 이후 쓰임새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되면서 흉물로 변해가고 있다. 이 곳을 이용하고 싶은 축구 동호회가 없진 않지만, 천연잔디가 깔린 경기장은 사용료가 시간당 수십만원이나 해 엄두를 내지 못하고, 그나마 사용 시간도 제한적이라 매력적이지도 않다.
아시아인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치러진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시설이 막을 내린 지 9개월 만에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22일 인천시 체육회에 따르면 아시안게임 경기장 용도로 건설한 인천남동체육관과 아시아드 럭비경기장의 비어있는 업무시설 등을 운영할 사업자 선정을 위한 1차 개찰을 실시한 결과 43개실중 6개실만 주인이 확정됐다. 체육회는 이날 37개실에 대한 2차 개찰을 실시했으나 단 한명의 지원자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체육회는 차선책으로 수의계약을 통해 운영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수익면에서 적지 않은 손실이 예상된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경기장 특성상 시내랑 멀리 떨어져 있고 경기장 내 사무실이 창문이 없는 구조로 설계된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인천시가 아시안게임을 위해 건설한 경기장은 16곳에 달하지만 경영 성적표를 보면 낙제점에 가깝다. 이들 경기장의 올해 유지관리비는 203억원인 반면 예상 수익은 37억원에 불과하다. 지출 대비 수입 비율은 18.1%에 불과하다. 주경기장과 연희크리켓경기장은 36억원을 쓰고 3억원을 벌어들여 예상 수익률이 8.1%, 강화고인돌체육관과 아시아드BMX경기장은 예상 수익률이 4.2%에 그쳤다. 올해가 운영 첫해인 점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이다.
경기장 내외부 시설의 운영사업자를 찾는 일도 쉽지 않다. 경기장 16곳 중에 일부 시설이라도 낙찰된 곳은 현재 남동체육관과 열우물경기장 2곳뿐이다. 이달부터 9월까지 주경기장, 계양경기장 등에 대한 입찰이 줄줄이 예정돼 있지만 낙찰까지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1조7,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경기장들이 적절한 사후 활용방안을 찾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시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인천시는 신설 경기장을 비롯, 전체 경기장, 체육시설의 수익률을 2017년까지 8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지만 실현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많지 않다. 프로구단들이 홈 구장으로 활용중인 도원체육관과 인천삼산월드체육관,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문학경기장 등이 포함된 기존 경기장과 체육시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지만, 이마저 35.4% 수준에 그치고 있다.
관련 전문가는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 때마다 경기장 사후 활용방안을 둘러싸고 적자 운영과 시설 운영사업자 유치 난항 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자치단체들은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주경기장을 위탁 관리하는 인천시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전국에 190곳이 넘는 공설경기장중 흑자를 내는 곳은 서울상암월드컵경기장 등 극소수”라며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보지 말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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