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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우조선의 깜짝 손실

입력
2015.07.22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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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화장과 연관된 분식(粉飾)이란 단어의 의미는 본래의 ‘분을 발라 꾸미다’에서 ‘내용 없이 거죽만 좋게 꾸밈’으로 변화했다. 분식회계라는 용어 역시 분식의 부정적 의미에 방점을 둔 표현이다. 기업이 재정상태나 경영실적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게 할 목적으로 부당한 방법으로 자산이나 이익을 부풀려 계산하는 회계를 말한다. 분식회계는 사기범죄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기업이 분식회계로 자금을 빌리고 투자를 유치할 경우, 의도적으로 채권자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일으키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 하지만 현실적으로 분식회계 여부의 경계는 애매한 경우가 많다. 기업 회계라는 게 본질적으로 매우 불확정적인 수치나 추정의 개입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손예상액이나 우발채무, 재고자산에 대한 판매가능성 추정 등만 해도 엄격히 따져지지 않으면 ‘고무줄 회계’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니 내로라 하는 기업들도 한 걸음, 두 걸음 저도 모르게 분식회계의 늪에 빠져 패가망신(敗家亡身)한 예가 드물지 않다.

▦ 과거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 옛 기아자동차의 경우, 현대ㆍ대우차에 치이고 새로 시장에 진입한 삼성차에 쫓겨 무리하게 시설과 사업을 확장하면서 1991년부터 적자가 눈덩이처럼 부풀었다. 나중에 드러난 데 따르면 91년 58억 원이었던 적자가 94년엔 140배 가까운 8,000억 원에 육박했을 정도였다. 그걸 수년 간 분식회계를 통해 대부분 은폐했다. 당시 김선홍 회장은 호황이 이어지고 환율이 좋아지면 1조 원 정도의 적자는 단숨에 만회할 수 있을 거라고 애써 기대했다.

▦ 하지만 기대는 헛된 꿈으로 사라져 97년 기아차의 몰락으로 귀결됐다. 당시 대우그룹의 분식회계는 더 충격적이었다. 외환위기 전까지 김우중 회장의 ‘세계경영’은 무서운 기세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부채 위기의 막다른 골목에서 드러난 분식회계 규모는 무려 41조 원에 달했고, 그게 결국 김 회장의 대업(大業)을 좌초시켰다. 최근 2조 원대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막대한 미반영 손실이 드러나 업계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다. 조선업계 회계방식의 특성상 아직 분식회계로 단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가뜩이나 조선업계가 극심한 위기에 빠진 가운데 뜻밖의 악재까지 돌출하니, 걱정스럽긴 마찬가지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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