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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명함 '프사' 연령별·성별 분석

입력
2015.07.22 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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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난 대학동창이 강아지로 변해 있다. 또 다른 친구는 벼랑 끝 한 떨기 꽃이 됐다. 마법사가 나오는 동화 속 이야기가 아니다. SNS 프사(프로필사진)의 세계에선 환갑이 지난 사람이 자신의 프로필에 어린아이 사진을 올리거나 실물과 전혀 다른 뽀샵 사진을 나라고 우기는 일이 흔하다.

SNS(Social Networking Service?사회관계망)상에선 프사를 통해 그 사람의 연령대나 직업, 관심사, 가족관계까지도 짐작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진을 올릴지 고민스럽고 교체할 때마다 부담스럽다. 과연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은 어떤 이미지를 내세워 자신을 표현하고 있을까.

본보 멀티미디어부는 SNS 프사의 유형과 이용자의 나이, 성별 사이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소속 기자들의 지인이나 취재원, 명사 등 총 1182명의 프로필이미지를 분석했다. 전체적으로는 4명 중 3명이 본인이 등장하는 사진을, 나머지는 동?식물이나 각종 사물의 이미지를 프사로 쓰고 있었다. SNS프사의 다양한 유형을 이용자의 나이와 성별에 따라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셀카사진(20대 여성 중 56%)

셀카사진을 프로필에 올린 경우는 20대 여성에서 가장 많았다. 고도의 촬영 테크닉과 후보정으로 만든 나와는 전혀 다른 사진을 프로필로 내세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른 사람의 눈에 예쁘게 보이고 싶은 생각에 ‘프사기’ 또는 ‘셀기꾼’이라는 비난도 무릅쓴다. 뷰티 블로거 권모(25) 씨는 “프사는 인터넷 상에서의 명함과 다름없으므로 꾸밀 수 있는 한 꾸며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최모(27)씨는 “SNS상에서 모든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다는 생각에 더 예쁜 사진을 올리려 노력하지만, 어찌 보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가 이런 프사기를 부르는 것 같다” 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여행사진(30대 여성 중 12%)

사회활동이 왕성한 30대 여성의 경우 여행사진을 프사로 선택하는 비중이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았다. 미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원모(30)씨는 “지금까지 올린 프사의 3분의 2가 여행사진인데 프사를 보면 추억도 되새길 수 있고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는 느낌이 들어서 좋다. 멕시코의 휴양지에서 찍은 프사는 입고 있는 옷도 맘에 들고 포즈도 자연스러워 만족스럽다. 프사를 보고 부러워하는 페친들의 반응도 나쁘진 않다. 평범한 곳에서 찍은 사진은 사실 덜 흥미롭다”라고 말했다.

가족사진(30대 남성 중 13%)

결혼과 함께 가정을 꾸린지 얼마 안 되는 30대 남성은 본인 사진 다음으로 가족사진을 많이 선택했다. “얼마 전 첫 장거리 가족 여행 중 찍은 사진을 카톡 프사로 쓰고 있다”는 직장인 심모(38)씨는 “앞으로도 가족사진을 프사에 계속 업데이트 할 계획이다. 프사로 올려 두면 가족사진을 저절로 자주 볼 수 있어서 좋다. 프사는 보통 아이 둘만 있거나 네 식구 모두 있는 사진으로만 쓴다”고 말했다.

애완동물사진(40대 여성 중 6%)

“이제 늙어서 맘에 들게 나온 사진이 없다” 며 직장인 김모(45)씨는 헛웃음을 지었다. “페북을 처음 시작할 땐 내 사진을 올렸는데 점점 많은 사람들과 친구를 맺으면서 반려견 사진으로 바꿨다. 많은 사람들이 볼 텐데 가족들 사진 올리자니 왠지 걱정도 되고… 어쨌든 주위에서 강아지가 너무 귀엽다며 좋아들 한다” 애완 동물 사진을 프사로 쓰는 경우는 40대 여성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였다.

직업관련사진(40대 남성 중 11%)

가장으로서 어깨가 무거운40대 남성의 경우 자신의 직업을 연상할 수 있는 업무 관련 사진을 프사로 선택하는 사례가 많았다. 뮤지션이나 사진가, 예술인 등 자신을 알려야 하는 분야에선 생존을 위한 깨알전략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감독 박모(49)씨는 “SNS상에서 모니터 들여다 보는 박OO사진은 몇 안 될 테니 연락처를 몰라도 찾기가 쉽다. 홍보 효과도 있으니 프로필 사진은 SNS의 명함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풍경 및 취미활동 사진(50대 이상 남성 중 19%, 16%)

멋있는 풍경사진이나 취미 관련 이미지를 프사로 많이 사용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50대 이상 남성이다. 이모(54)씨는 “나이 든 얼굴 보여주기 싫어서 얼굴 잘 안 보이는 등산 기념사진이나 꽃 사진 같은 거 올리게 된다” 고 말했다. 취미로 만든 진공관앰프 사진을 올린 김모(51)씨는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부품 사진을 올리면 아는 사람들은 다 부러워한다. 특별한 아이템으로 좀 튀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아예 없는 경우(20대 여성 중 7%)

아무 이미지도 업로드 하지 않은 사례는 역설적으로 셀카의 비중이 가장 높은 20대 여성에서 가장 많았다. 페이스북을 통해 친한 친구들끼리만 소식을 주고 받는 최모(25)씨는 “페이스북은 너무 공개적인 공간이라 얼굴 팔리고 싶지 않다”며“프사를 굳이 안 올려도 나를 아는 사람들은 다 알아 본다. SNS에 대한 사람들의 집착과 정보의 범람, 괜한 경쟁심에 동참하고 싶지 않아 아예 프사를 걸지 않았다”고 말했다.

[프사 관련 신조어 사전]

프사: '프로필사진'의 줄임 말.

프사기(꾼): 프로필사진 + 사기(꾼). 포토샵 등을 통해 실물보다 훨씬 잘 생겨 보이는 사진을 프로필로 올리는 행위(그런 사람).

셀기(꾼): 셀카 + 사기(꾼). 실물보다 훨씬 잘생긴 셀카사진을 찍는 행위(그런 사람)

인생짤 : 일생 일대 가장 잘 나온 사진.

관종: 관심종자의 줄임말. SNS 상에서 타인의 관심을 받을 목적으로 사진이나 글을 올리는 사람.

낫닝겐: ‘아니다’라는 뜻의 영어‘낫(not)’과 사람을 뜻하는 일본어 ‘닝겐’을 합한 말. 인간을 넘어설 정도로 매우 예쁘거나 멋진 사람을 뜻한다.

존잘(예): 매우 잘생겼다(예쁘다).

존예보스: 예쁜 사람들 중 최고.

졸귀: 매우 귀엽다

세젤귀(예): 세상에서 제일 귀여운(예쁜) 사람

우젤귀: 우주에서 제일 귀여운 사람

눈갱: ‘갱’은 ‘공격하다’는 의미의 게임용어. 못생긴 사진을 봐서 눈이 공격 당하다.

셀고: ‘셀카고자’의 줄임 말. 예쁜 실물에 비해 셀카사진을 못 찍는 사람.

안구정화: 예쁜 사진을 봐서 눈이 정화되었다.

안구테러: 못생긴 사진을 봐서 눈이 테러 당했다.

수치플: 수치플레이. 허락 없이 타인의 굴욕 사진을 SNS에 올려 수치심을 느끼게 만드는 행위.

팬아저: (예쁜 프사를 봤을 때) 팬은 아니지만 저장은 하겠다.

심쿵, 심멎: 매우 예쁘거나 멋진 사진을 보고 심장이 쿵쾅거림 또는 심장이 멎을 것 같은 느낌이 들다.

번달번줌?: '번호 달라고 하면 번호 줄 건가?'의 줄임 말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류효진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최민영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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