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승부조작 혐의 오늘 구속영장
3차례 걸쳐 주전 교체 수법 등 동원
범행 감추기 위해 대포폰까지 사용
승부조작 및 불법 스포츠도박 의혹으로 수사를 받아 온 남자 프로농구 안양 KGC인삼공사 전창진(52) 감독에 대해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하기로 했다. “감독 재량권에 의한 경기 운영”이라는 전 감독의 주장과 달리 속임수를 써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고 불법 도박 전 과정에 그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서울 중부경찰서는 전 감독에 대해 국민체육진흥법 위반 혐의(경기 관련 정보 제공, 금지행위 이용 도박, 경기의 공정한 시행 방해)로 22일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이 공개한 전 감독의 범죄 사실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그는 부산 KT 감독이었던 올해 2월부터 3월 초까지 세 차례에 걸쳐 주전 선수의 출전시간을 줄이는 수법 등으로 소속팀의 고의 패배를 유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초 승부조작은 2월20일 SK 전에서 이뤄졌다. 이날 경기는 결과에 따라 플레이오프 진출이 결정될 만큼 중요한 일전이었다. 그러나 전 감독은 1쿼터부터 주전 외국인선수를 빼 12점차로 뒤지더니 경기 내내 후보 선수를 대거 투입해 60대75 완패를 당했다. 주전인 조모 선수와 외국인센터 C선수의 출전 시간은 정규시즌 평균보다 각각 15분15초, 14분19초나 더 적었다.
같은 달 27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도 전 감독은 같은 방식으로 승부조작을 꾀했다. KT는 1쿼터에 14점까지 앞서 나갔으나 전 감독은 2쿼터에서 주전 선수를 3명이나 교체해 3점차 역전을 허용했다. 점수차가 좁혀지면 감독이 작전타임을 요청해 경기 흐름을 끊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 감독은 2쿼터 종료 40초 전에야 타임을 불렀다. 이날 후보인 우모 선수는 평균보다 14분37초를 더 뛰었다. 또 외국인 C선수가 득점하며 활약을 하자 득점 1분만에 벤치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고의 패배 결과는 고스란히 불법 스포츠도박 베팅에 활용됐다. 20일 경기를 앞두고 전 감독은 공범 강모(38)ㆍ전모(49)씨에게 전화해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KT가 6.5점 이상 차이로 패배한다’며 베팅할 것을 지시했다. 두 사람은 다시 다른 공범인 윤모(39)ㆍ김모(37)씨에게 전 감독의 지시를 전달해 3억원을 최종 베팅했다. 승부조작이 성공하면서 전 감독은 5억7,000만원을 배당 받았다. 하지만 같은 내용으로 베팅한 27일 오리온스 전에서는 KT가 5점차(75대80)로 지면서 돈을 모두 날렸고, 이를 만회할 목적으로 다시 승부조작을 시도한 3월1일 KCC 전에서는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미수에 그쳤다. 전 감독의 판돈은 8억7,000만원에 달했다.
전 감독은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대포폰을 동원해 베팅하는 치밀함도 보였다. 그는 “평소 기자들에게서 전화가 많이 와 (대포폰을) 따로 구했다”고 해명했지만, 경찰은 기지국 접속 및 통화 내역 분석을 통해 대포폰 사용 시점이 범행 기간과 일치하고 통화 대상도 공범인 강모ㆍ전모씨 등에 한정됐다는 점을 확인했다. 중부서 측은 “전 감독이 대포폰을 승부조작이 끝난 3월1일 이후 처분한 점으로 미뤄 불법 도박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승부조작 수사를 확대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전 감독은 KT가 패배한 20일 SK전 전날 문경은 SK 감독과 두 차례 통화를 했는데, 경찰은 두 사람의 통화 직후 “감독들끼리 이야기가 다 됐다”는 공범들의 녹취록을 확보했다. 경찰 관계자는 “문 감독에게 이달 초 출석을 요구했으나 전지훈련 일정 이유로 불응했다”며 “추가 소환 조사를 거쳐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 감독 측 변호인은 “후보 출전시간이 늘어나는 등 정황 증거 만으로 경찰이 무리한 수사 결과를 내놓았다”며 반발했다. 경찰은 앞서 구속된 강씨, 전씨에 이어 공범 6명을 불구속 입건하고 불법 스포츠도박 관련자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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