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테크 대표 허씨 캐나다행
野, 사건 초기부터 출국금지 요청
수사당국 도피 방조 의혹 제기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 사건 핵심 관계자로 거론되는 나나테크 대표 허모(60)씨가 최근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 등 야당은 사건 초기부터 국정원과 이탈리아 해킹 업체를 중개해준 허씨의 출국금지를 강하게 요청한 터여서 정부 관계 당국의 도피 방조논란도 일고 있다.
21일 사정당국 등에 따르면 허씨는 지난 주말 캐나다에 살고 있는 딸 출산을 이유로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18일 자살한 국정원 직원 임모씨의 부탁을 받고 이탈리아 해킹팀과 거래해왔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이다. 통신사 출신의 허씨는 2003년 3월 설립된 나나테크 대표로 일했고, 이 회사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여러 사업자에게 통신설비를 공급하는 업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출된 이탈리아 해킹팀 이메일 등을 보면 나나테크 관계자는 2010년 8월 해킹팀에 처음으로 메일을 보내 해킹 프로그램 RCS(리모트 컨트롤 시스템) 성능 등을 문의했고 이어 해킹팀과 독점공급계약을 맺었다. 2012년 2월부터는 6차례에 걸쳐 RCS 프로그램과 유지보수 서비스를 ‘5163부대’(국정원)에 중개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해킹팀에 7만1,400유로(약 8억8,000만원)를 지급했고, 나나테크는 수수료로 약 1억여원을 챙겼다. 허씨는 특히 2013년 2월 이메일에서 “이런 종류의 프로그램은 한국에서는 불법이기 때문에 다른 고객을 찾기는 어렵다”고 밝히기도 해 국정원의 RCS 구매가 불법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건 초기부터 허씨의 출국금지를 강하게 요청해온 야당은 수사 당국의 조직적 도피 방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 “지난 주말 나나테크 대표가 캐나다로 출국한 것만 봐도 당국의 수사 의지가 없는 것”이라며 “국정원 댓글 사건이나 국방부의 사이버사령부 댓글 사건 역시 처음에는 (정부가) 부인했지만 유죄 판결을 받지 않았느냐”고 지적했다.
하지만 경찰 등은 허씨의 출국을 막을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출국금지를 하려면 사건번호도 부여돼야 하고 검사 지휘를 받아 법무부에 출금 신청도 해야 하는 절차가 있는데 사건이 없는 상태에선 어떤 것도 할 수 없다”며 “당연히 예방적 조치도 취할 수 없고 만일 예방적으로 출금 조치를 취한다면 권력 남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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