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선거의 민주당 경선에 나서 돌풍을 일으키는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과 최대 로비단체인 미국총기협회(NRA)의 기묘한 동거가 주목 받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0일 ‘NRA의 지지가 샌더스의 의회 진출을 도왔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좌파 정치인 샌더스 의원과 NRA의 밀접한 관계를 파헤쳤다.
이 신문에 따르면 1990년 연방 하원의원 선거 며칠 전 NRA는 버몬트 주 회원 1만2,000명에게 “샌더스에게 투표하라”는 긴급 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현역 의원인 공화당 소속 피터 스미스를 떨어뜨리기 위해서였다. 1년 전 스미스가 특정 총기류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기 때문이다. NRA는 스미스 낙선 운동을 위해 광고비용으로만 1만8,000∼2만달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낙선 운동의 수혜자는 샌더스였다.
샌더스는 연방 하원의원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한 1991년 초 권총 구입에 앞서 일주일간 대기 기간을 요구하는 법안에 반대 투표를 함으로써 NRA의 기대에 부응했다. 또 1993년에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미수 사건 당시 유탄을 맞아 장애를 입은 백악관 공보비서 제임스 브래디의 이름을 딴 총기규제강화 법안에 대해서도 반대투표를 했다. 총기 제조업자가 책임소송을 당하는 것을 막는 NRA법안에 대해서는 지지투표를 했다.
시카고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시절 베트남전 반대운동 등에 참여하며 좌파의 정치적 신념을 굳힌 샌더스 의원은 1981년 버몬트주 최대도시 벌링턴의 시장으로 정치에 입문한 이래 30여년 간 시장과 상ㆍ하원 의원을 두루 거치며 사회주의자의 족적을 남겼다. 그가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들어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에 맞서 돌풍을 일으킨 것 역시 부자 증세와 대형은행 해체 등 정치혁명이 필요하다는 그의 좌파적 신념이 대중의 공감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워싱턴 정가의 최대 로비단체인 NRA와 밀접한 현실이 드러나면서 경쟁자들의 공격을 받을 조짐이다.
민주당 대선 경선에 뛰어든 마틴 오맬리 전 매밀랜드 주지사를 지지하는 슈퍼팩(정치활동위원회)은 최근 “NRA는 여전히 샌더스 반대자를 공격하는 광고에 돈을 대는가. 총에 관한한 샌더스는 진보주의자가 아니다”라는 광고를 제작했다. 과거 1990년 선거에서 샌더스와 맞붙었던 스미스 전 의원 측의 주디 셰일러는 WP에 “샌더스는 내가 만난 가장 능수능란한 정치인 중 한 명”이라고 회고했다.
WP는 “NRA와 샌더스의 결합은 불완전한 연애”라고 지적하며 “샌더스 의원이 과거 회고록에서 총기에 관한 문제를 ‘편하지 않은 이슈’라고 적었다”고 소개했다.
이 신문은 “부자 증세와 대학입학금 무료 등을 주장하며 돌풍을 일으킨 샌더스 의원은 1950년대 이후 의회의 첫 사회주의자”라며 “그가 총기 소유와 관련한 복잡한 상황은 대선에서 공격받을 소재”라고 지적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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