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연방교도소를 탈옥한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의 이미지가 새겨진 ‘구스만 패션’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구스만의 모습이 담긴 모자와 티셔츠 등이 멕시코 온라인 쇼핑몰 사이트에서 구스만의 별명인 ‘엘 차포’(키 작은 사람)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다고 현지 신문 밀레니오가 20일 보도했다.
엘 차포 패션에 등장하는 구스만은 전 세계 마약조직 두목 중 가장 위험한 인물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재미있고 친근하다. 날개가 달린 구스만이 갇혀 있던 새장에서 빠져 나온 뒤 돈을 뿌리면서 훨훨 날아가거나, 구스만의 젊은 시절 사진에 ‘초강자’라고 적힌 티셔츠가 대표적이다. 구스만이 지난해 2월 멕시코 해병대에 붙잡혔을 당시 사진과 그를 ‘공공의 적 1호’로 지목한 LA타임스의 보도 기사를 그대로 옮긴 티셔츠도 눈에 띈다. 최고 인기 상품은 구스만이 처음으로 체포된 1993년 멕시코 과달라하라주의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에 갇히기 직전 사진이 그려진 티셔츠라고 밀레니오는 전했다.
구스만이 현지에서 악명 높은 범죄자와 로빈후드 같은 의적이라는 엇갈린 평가를 동시에 받고 있어 이 같은 현상이 가능했다. 특히 구스만은 고향인 북서부 시날로아주에서 ‘시날로아’라는 이름의 마약조직을 이끌며 지역 주민들에게 일자리를 구해 주고 돈을 빌려주는 등 생계를 지원해 민심을 얻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이나 시날로아 주지사보다 그를 더 신뢰한다는 이들이 있을 정도다.
시날로아주에서는 구스만 이전에도 마약사범을 미화하거나 관련 상품이 등장한 전례가 있다. 시날로아 주도 쿨리칸 일대에서 마약거래 강도 등의 범죄를 저지르다 사형당한 헤수스 말베르데도 생전 번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줘 현대판 로빈후드라며 추앙 받았다. 지역에는 말베르데를 추모하는 예배당이 세워졌고 그의 이름을 상표로 한 ‘말베르데’라는 맥주까지 나왔다. 쿨리칸의 우마야 공원묘지에는 2009년 멕시코 해병대에 사살된 마약조직 ‘벨트란 레이바’의 두목 아르투로 벨트란 레이바의 묘도 성대하게 들어서 있다.
구스만을 향한 이런 호의적인 여론 탓에, 멕시코 당국이 수사에 차질을 빚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멕시코 연방검찰은 구스만이 쿨리칸 외곽에 은신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구스만의 거처 등 정보제공 대가로 6,000만페소(약 43억4,000만원) 상당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구스만은 11일 수도 멕시코시티 외곽에 있는 알티플라노 교도소 독방에서 교도소와 1.5㎞ 떨어진 인근 벽돌 가옥까지 난 땅굴을 통해 탈옥했다. 그는 2001년 2월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에서 탈옥해 13년간 도주 행각을 벌이다 검거, 알티플라노 교도소에 수감됐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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