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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오바마의 노벨상 부채

입력
2015.07.20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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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115년 역사 중 수상을 자진 거부한 사람은 두 명이다. 1964년 문학상을 거부한 프랑스의 사르트르와 73년 아시아 최초로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베트남의 레둑토 총리다. 파리 평화협정의 월맹 대표로서 키신저 미 국무장관과 공동 선정된 그는 “조국 베트남에 아직 평화가 오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의 말대로 2년 뒤 월맹 침공으로 휴전은 깨지고 월남은 사이공 함락과 함께 무너졌다. 파리협정은 노벨평화상이 평화를 보장하지 못하는 오명의 사례로 거론된다.

▦ 노벨상의 위선 논란은 정치성 때문이다. 수상자들의 정치적 지위에 상의 권위를 기댄다는 의혹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상자들이 서구에 편중돼 있고, 정치논리로 수상자가 결정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간디가 5차례나 평화상 후보에 올랐음에도 끝내 수상 못한 것을 두고 노벨위원회 룬데스타트 사무총장은 “간디는 노벨상이 없어도 되지만, 노벨위원회가 간디 없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문학의 제도권 편입에 반대해 수상을 거부한 사르트로도 비슷한 경우다.

▦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2009년 평화상 수상은 난센스의 극치였다. 핵확산 방지에 공헌했다는 이유였지만, 취임 첫해였던 그 해 오바마가 한 것은 “핵 없는 세상을 만들자”고 연설한 게 고작이었다. 웨트란드 당시 유엔주재 노르웨이 대사는 “오바마의 방문을 성사시키기 위해 노르웨이 정부가 미국에 아첨한 것”이라고 했다. 본인조차 “내가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한 그의 수상에 대해 “앞으로 잘하라고 주는 상”이라는 비아냥이 터져 나왔다.

▦ 이란 핵협상에서 ‘목발투혼’을 보인 케리 미 국무장관이 올해 평화상의 유력후보로 거론된다. 5월 말 협상 차 찾은 프랑스의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져 대퇴부 골절 부상을 입은 그는 수술 후에도 목발을 짚고 오스트리아로 날아가 협상을 진두 지휘했다. 그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지만 야알론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지난해 팔레스타인 평화협상을 밀어붙이려는 그에게 “노벨상이나 받고 떠나라”고 일갈한 것이 오버랩되면서 평화상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에 개운치는 않다. 이란핵 타결은 오바마가 미리 받은 ‘선불 노벨상’의 빚을 갚은 정도로 보는 게 좋지 않을까.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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