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장으로, 조카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이 집권 후반기를 맞아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국정운영’으로 전환을 모색하면서 올 여름휴가도 집권 1,2년 때와 조금 다르게 보내는 방안을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부터 여름휴가와 명절연휴를 대부분 조용하게 보냈지만 이번에는 메시지가 담긴 휴가 일정을 짜기 위해 참모들이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찾고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박 대통령이 조카들과 함께 휴가를 보내거나, ‘국민 속으로’라는 주제에 맞추어 일부 지방을 방문하는 계획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첫 조카 세현군을 보물 1호로 꼽았을 정도로 애정이 각별하지만, 친인척과 철저히 거리를 둔다는 원칙에 따라 취임 이후 거의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대통령이 조카들을 만나면 인간적이고 따뜻한 모습을 강조할 수 있으나, 박지만 EG 회장과 서향희 변호사가 다시 부각되는 것은 고민스러운 부분이어서 참모들이 각계의 여론을 듣고 있다.
박 대통령이 13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휴가를 국내에서 보내자”고 독려한 데 이어 내수 침체와 관광산업 부진으로 고통 받는 지역을 직접 찾는 방안도 오르내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생 현장에서 국민들이 반갑게 맞아주는 것만으로 박 대통령에겐 큰 휴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방문 휴가를 추진할 경우 청와대ㆍ정부 관계자들이 휴가를 반납해야 하는 점과 경호 문제 등이 걸림돌로 꼽힌다.
국가정보원 해킹 파문이 커지고 있고, 메르스 사태도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박 대통령이 특별한 일정을 잡기보다는 조용한 휴가를 택할 가능성도 있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취임 첫 해 여름휴가 때 경남 거제 저도에 이틀 간 머물렀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지은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는 박 대통령이 영애 시절 가족들과 여름휴가를 보낸 곳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에는 세월호 참사 후폭풍이 정리되지 않아 휴가 기간 내내 청와대 관저에서 국정을 챙겼다.
최문선기자 moon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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