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랑물’로 불리는 보이스피싱 중국 총책이 대담하게 우리나라로 신혼여행을 왔다 검거됐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검찰, 국세청 등을 사칭해 서민 돈을 가로챈 혐의(사기 등)로 재중동포 총책 유모(41)씨 등 4명을 구속하고 4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유씨는 2013년 12월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시에 콜센터를 차린 뒤 이듬해 5월까지 한국에서 보이스피싱으로 약 20억원을 뜯어냈다. 중국 콜센터에서 무작위 전화로 범행에 성공하면 한국 내 조직에게 모바일 채팅 앱 ‘위챗’ 등으로 가로챈 돈의 인출 및 송금을 지시했다. 송금책 이모(38ㆍ여)씨는 운영하는 중국식품점을 통해 환치기(불법 외환거래) 수법으로 유씨 측에 돈을 보냈다. 경찰은 작년 5월 인출책 박모(34)씨와 이씨를 붙잡았으나 유씨를 검거하는 데는 실패했다. 다만 ‘또랑물’이란 그의 특이한 별명과 민머리 등 인상착의, 출신지 등 인적 사항을 파악하고, 추적을 계속했다.
1년여 뒤 그가 임신한 부인과 함께 국내로 신혼여행을 왔다는 첩보가 경찰에 입수됐다. 별명과 달리 그의 행동은 ‘또랑’ 수준이 아니었다. 경찰은 즉각 출국금지 조치하고 추적을 한 끝에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에서 그를 검거하는데 성공했다. 붙잡힌 유씨는 “신혼여행을 위해 관광을 왔다. 보이스피싱은 전혀 모른다”고 태연히 범행을 부인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씨를 직접 만난 조직원의 증언과 통장 거래 내역 등을 확보해 범행 사실을 입증, 그를 구속했다.
안아람기자 onesh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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