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닝 홍역 치른 후 역발상 방지책
학생들의 잇단 부정행위(커닝)로 홍역을 치른 서울대가 ‘무감독 시험’이란 역발상 대책을 내놨다. 서울대 자연대는 감독관 없이 양심껏 시험을 보는 무감독 시험을 내년 1학기부터 시행한다고 19일 밝혔다. 이를 위해 미국 명문대들이 시행 중인 ‘아너코드’(Honor codeㆍ명예 규칙)도 제정키로 했다. 아너 코드는 학생들이 따라야 할 일종의 양심 매뉴얼로, 학교 생활 전반의 도덕 규칙에 대해 학생 서명을 받아 스스로 준수케 하는 것이다. 위배 행위가 발각되면 징계도 감수해야 한다.
자연대는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 등 10여명이 참여하는 준비위원회를 발족해 세부 사항을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학생 수가 적은 전공 강의부터 무감독 시험을 시작해 전 과목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성근 자연대학장은 “취업난 등으로 학점 경쟁이 과열되고 있는데 이런 학생들을 물리적으로 제재하는 방식으로 커닝을 근절하기 어렵다”며 “학생들 스스로 양심을 지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연대의 실험에 대해 학생들 반응은 엇갈린다. 윤모(22ㆍ지구환경과학부)씨는 “부정행위를 할 수 없는 서술형 위주의 시험출제가 함께 논의된다면 적극 찬성한다”며 취지에 공감했다. 성모(22ㆍ생명과학과)씨는 “자연대 강의 중 암기가 중심인 생물 과목에서 이미 커닝 사건이 몇 차례 발생한 적이 있다”며 “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학 본부 측은 자연대의 무감독 시험 추진에 대해 조만간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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