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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등판, 국민의 命 기다리며 불펜서 구종 다듬는 중"

입력
2015.07.1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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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시대정신 없다… 이전 정권과 달리 국민 기대 불명확

행복ㆍ이익 추구가 선순환 이루도록 시스템 만드는 것이 정치인 사명

안희정 충남지사가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두 차례 도지사 선거를 통해 도민들과 약속했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대권 도전 시기와 관련해서는 "야구에서는 감독이 그 선수의 등판 시기를 결정하는 것처럼, 정치에서는 국민이 감독"이라고 말을 아꼈다. 홍성=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안희정 충남지사가 1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미 두 차례 도지사 선거를 통해 도민들과 약속했다"며 대권 도전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만 대권 도전 시기와 관련해서는 "야구에서는 감독이 그 선수의 등판 시기를 결정하는 것처럼, 정치에서는 국민이 감독"이라고 말을 아꼈다. 홍성=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조국 서울대 교수가 최근 천정배 무소속 의원을 향해 “중원서 뜻을 이루지 못해 촉(蜀)나라로 갔다”고 묘사했지만 안희정 충남지사야말로 중원을 버리고 촉을 선택한 정치인이다. 2007년 대선 패배 이후 “친노는 폐족이 됐다”고 선언한 뒤로 고향인 충남으로 내려갔으니 벌써 8년째다. 충남지사에 도전해 두 번씩이나 성공했지만 그는 여전히 와신상담(臥薪嘗膽) 중이다.

그렇다고 안 지사가 중원을 도모하겠다는 뜻을 완전히 버린 것은 아니다. 그는 17, 18일 이틀 동안 충남지사실과 한국일보에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서도 “이미 두 차례 도지사 선거를 통해 도민들과 약속한 것”이라며 대권 도전의 뜻을 부인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시합(대선 후보 경선)에 나서기 전 여러 가지 구종을 익히고 있는 (불펜)투수”라고 자신을 정의했다. 안 지사의 등판시기가 차기(2017년)이 될지, 차차기(2022년)가 될지는 불분명하지만 몸 상태로만 본다면 등판준비는 이제 거의 마친 것처럼 보였다.

_실력이 쌓이고 준비가 돼 확고한 대안이 만들어지면 대권 도전을 하겠다는 입장은 유효한가.

“대권 도전은 2010년과 14년 (도지사 선거에서) 도민들에게 약속했다. 영남이 뭉치고 호남이 뭉치니까 충청도 뭉쳐야 한다는 식의 지역주의 정치로는 충청은 영원히 3등 신세를 못 벗어난다. 김종필 전 총리가 대표하는 충청 출신 선배 정치인들의 한계도 뛰어 넘고, 대한민국의 한계도 뛰어 넘어보겠다고 약속했다.”

_도전의 시기는 언제로 생각하나.

“문제는 내가 실력을 (먼저) 갖추는 것이다. 내가 등판할 기회가 이번 게임이 될지 다음 게임이 될지 모른다. 야구에서는 감독이 그 선수의 등판 시기를 결정하는 것처럼, 정치에서는 국민이 감독이고 그 국민이 시대적 요건을 결정한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 시합에 나가 공을 던질 수 있게 불펜에서 몸을 완전히 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몸 풀 생각 안하고 지금 던지고 있는 투수가 언제 내려올까 하는 생각만 하고 있으면 팀도 망하고 내 인생도 망한다.”

_현재 준비 정도는 어떤가. 즉시 투입 가능한 상태인가.

“(아직은) (등판할 수준이) 안 된다. 야구 투수로 보자면 커브 볼도 안되고 직구도 안되었다. 나는 좀 더 많은 것을 훈련해야 한다. 다만 어떤 구질이 있고 익혀야 하는지 정도는 이제 안다. 불펜에서 몸 풀기는 일단 실력을 다 갖춘 다음에 하는 것이며 난 계속 연습해야 한다.”

_지지자들은 당장이라도 대권 주자로 나서주길 원하고 있지 않나.

“내가 텃밭에 토마토와 옥수수를 기르고 있는데 그걸 언제 따먹을지 참 고민이다. 국민들이 (대선 주자로 나서길) 원하는지도 (토마토 수확 시기처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혹시 (수확 시기를 놓치더라도) 땅에 거름이라도 되면 된다. 나 스스로 안으로 농익는 게 중요하지 농부(국민)가 언제 와서 나를 따줄까 기다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안 지사는 여권 내 잠재적 대권 경쟁자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안철수 전 공동 대표와 관계에 대해선 “경쟁 의식은 없다”는 말로 빗겨 나갔다. 다만 문 대표에 대해선 “그를 흔들기보단 응원이 필요하다”고 지원 사격을 했고, 당내 탈당,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해서도 “크고 작은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단결이 중요하다”는 말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_대권으로 향하는 길에서는 문재인 대표와 박원순 시장, 안철수 전 대표 등과의 경쟁이 불가피한데.

“아무리 경쟁 관계로 몰아붙이더라도 경쟁보다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경우가 더 많다. (당내 대권 경쟁도) 시대의 조건이 맞아야 한다. 현재는 당원들의 역량을 모으고 좀 더 많은 사람들을 우리 쪽으로 모아야 하는 시기이다.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전당 대회를 통해 뽑은 현재의 (당 지도 체제를) 지지하는 것이 먼저다. 현재로서는 세 분과 경쟁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다. 오히려 그 분들을 어떻게든 도와드릴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내숭이 아니다.”

_고전하고 있는 문재인 대표에게 조언을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노무현 전 대통령 돌아가시고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나 ‘정치에 입문해달라’고 설득하기 위해 문 대표의 경남 양산 집으로 찾아간 적이 있다. 그래서 (문 대표를 흔드는 현 상황이) 난 좀 야속하다. 그렇게 정치하기 싫어하시는 분 모셨고, 그 분이 열심히 당 위해 일하겠다고 했으면 좀 더 응원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찌됐든 (문 대표께서)그 짧은 기간 저는 당 대표로서 역할을 굳건하게 챙겨주시는 것에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_당내에서는 ‘문 대표로는 안 된다’며 분당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정치인에게 정당은 농부에게 있어 땅과 같은 것이다. 그 땅은 자기가 임의로 떼서 어디로 가져갈 수 없다. 국민들은 진보 진영이라는 땅 안에서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어떻게든 단합하고 단결해서 그 힘을 키워주길 바라지, 문중끼리 물려 받은 땅 나눠 가지듯 분열되길 바라지 않는다. 어떤 분열 행위도 안 했으면 좋겠다.”

_김상곤 위원장의 혁신위원회 활동은 어떻게 평가하나.

“모든 팀 플레이는 팀원들 믿어줄 때 비로소 가능하다. 어떤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떠나서 당헌ㆍ당규에 따라 지휘와 역할이 주어졌으면 그걸 믿고 따라줘야 한다. 진달래와 개나리는 서로의 경쟁 상대가 아니다. 진달래는 진달래대로, 개나리는 개나리대로 아름답다. 상대방을 적으로 규정하고, 상대가 무너져야 내가 살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자기가 싫어하는 존재는 없애려 하지 말아야 한다. 가능하면 그 존재가 있기 때문에 내가 있다고 생각해야 옳다. 그게 민주주의다. 주류ㆍ비주류가 대립재가 된다면 그 집단은 망해가는 집단이다. 반면 보완과 협력재로 만들면 다양성이 살아있는 힘 있는 집단이 된다.”

시종일관 담담한 분석과 조언을 내놓던 안 지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에 대해서는 “시대정신도 없고 민주주의 제도 설계 능력이 제로”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다음 대선의 시대정신이 “민주주의 업그레이드”가 될 것으로 내다보며 그 과정에 자신의 역할이 있을 것임을 내비쳤다.

_박근혜 정권의 시대 정신은 무엇이라 보는가.

“전두환 전 대통령은 ‘정의사회 구현’, 노태우 전 대통령은 ‘보통사람의 시대’라는 시대정신이 있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문민정부’, 김대중 전 대통령은 ‘국민의 정부’, 노무현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이 시대정신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시대정신이라기 보다 ‘샐러리맨의 신화’와 같은 경제적 측면을 국민들이 기대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한참 뜸을 들이더니). 참 어렵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 지역의 어르신들은 ‘아이고 어린 나이에 부모 다 잃고 불쌍해서 어쩌냐’며 많은 동정을 하셨다. (또 한참 뜸을 들이더니) 그것 말고는 다른 건 잘…. 이 정부에 대해 국민들이 어떤 시대적 정신을 요구하느냐에 대해선 불명확하다. 어떻게 보면 (시대 정신의 실종으로) 모든 일이 그렇듯 좀 쉬어가는 시간이다. 역사라고 하는 길도 고갯마루도 있고 가파른 길 있고 평지도 있고 정권마다 차이가 있으니까.”

_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태를 어떻게 봤나.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을 보면서 민주주의라는 제도의 설계 능력이 거의 ‘제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본질은) 정당 내 보스와 부하직원의 기 싸움이 아니다. 행정부 수장으로서 대통령이 권한을 어느 정도까지 확보할 것인지, 입법부는 입법의 품질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가 핵심이었다. 이걸 꿇고 꿇리는 문제로 생각하니 답답했다. 이건 민주주의 제도설계 능력에 있어서 대통령이 깊이 있게 생각을 안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였다.”

_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전국적인 관심 속에 여권 내 유력 대선 주자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분명 과거의 보수주의 정치인보다는 훨씬 더 합리적이고 좋은 분이라는 느낌은 있다. 다만 유 전 대표에 대해서는 사람을 판단할 만큼 충분히 오랫동안 깊이 있게 보질 못했다. 그 분이 진정한 보수의 미래라고 말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분이 말하는 진정한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정치 지도자는 절대 한 때의 유행 상품이어서는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유 전 대표가 진정한 보수와 민주공화국의 역사에서 앞으로 더 많은 족적과 역할 해주시길 바란다.”

_보수진영의 차기 주자인 남경필 경기지사와 원희룡 제주지사는 어떻게 보나.

“두 분은 합리적 대화가 가능하신 분이라는 믿음을 조금씩 갖게 되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정치인들이 앞으로는 만나서 대화했던 것들이 나중에 서로간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손바닥 뒤집듯 하지 않는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 앞으로의 새로운 정치는 그런 정치 지도자들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것이었으면 좋겠고, 그런 점에서 두 분에게 높은 점수 드리고 싶고 기대하고 싶다.”

_친노에 대해 ‘폐족’이라 말했다. 동시에 폐족의 장자가 되겠다고도 했는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가족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어보면 폐족이라는 단어가 얼마나 뼈아픈 다짐인지 나온다. 자식들에게 “너희들은 폐족이다”라고 하는 건 그만큼 더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다. 2007년 대선 패배 후 당이 깨지고 뿔뿔이 흩어진 상황을 죄지은 마음으로 처음부터 되살리자는 심정이었다. 또 당원이라면 이 당의 역사에서 장자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처신해야 한다. 그래야 당의 발전이 있다.”

_곧 총선과 대선이 다가온다. 안희정이 그린 큰 그림을 말해달라.

“정치는 많은 이익과 이기심이 충돌하는 사회 내에서 각자의 이기심과 이익 추구가 폭력으로 치닫지 않도록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이게 정치인의 역할이고, 현재 인류 역사는 민주주의라는 오퍼레이팅 시스템을 만들어놨다. 직업 정치인의 사명은 민주주의의 수준을 높여, 사람들의 행복추구와 이익추구가 구조 내에서 악순환이 아닌 선순환 게임이 되도록 하는 것이다. 더불어 민주주의 운영 체계와 제도를 개선하면서 시대에 맞게 공정한 리더십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양쪽 모두를 발전시켜 민주주의를 좀 더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것이 나의 가장 큰 직업적 목표다.”

홍성=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정재호기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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