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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호 태풍 찬홈 예보 또 빗나갔다고요? 美中日보다 더 정확했어요

입력
2015.07.19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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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루사ㆍ매미 피해로 센터 설치

예보관ㆍ연구원 등 30여명 밤낮없이

북서태평양 전역 365일 실시간 감시

6~9월 여름철은 반갑잖은 대목

17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국가태풍센터 협업상황실에서 한 예보관이 제11호 태풍 낭카(NANGKA)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태풍이 잦은 여름철이 되면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17일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국가태풍센터 협업상황실에서 한 예보관이 제11호 태풍 낭카(NANGKA)의 이동경로를 추적하고 있다. 태풍의 경로를 예측하는 일은 국민의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태풍이 잦은 여름철이 되면 긴장감이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17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에 위치한 기상청 산하 국가태풍센터 협업상황실. 제11호 태풍 낭카(NANGKA)의 이동경로를 바쁘게 쫓는 예보관들의 눈빛에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태풍 낭카는 일본을 관통하면서 큰 피해를 입혔지만,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안도하는 분위기였다. 제9호 태풍 찬홈(CHAN-HOM)에 이어 제10호 태풍 린파(LINFA), 태풍 낭카까지 태풍 3개가 한꺼번에 발생하는 이례적인 상황으로 인해 이달 초부터 비상근무가 이어지면서 예보관들도 많이 지친 모습이었다.

“태풍이요? 전혀 반갑지 않은 손님입니다.” 불쑥 던진 기자의 질문에 강남영 국가태풍센터 예보팀장이 답했다. 태풍은 국가태풍센터의 존재의 이유이기도 하지만, 태풍으로 인해 발생하는 엄청난 피해를 생각하면 반가울 수 없다는 의미다. 태풍은 한 해 평균 25.6개(30년 평년값)가 발생하고, 이 중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은 2∼3개에 불과하다. 하지만 단 1개의 태풍만으로도 수백명이 숨지고 수조원에 이르는 재산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가 엿보였다.

태풍의 계절인 여름철 대목을 맞은 국가태풍센터 직원들은 매년 6월부터 9월까지, 늦게는 10월까지 정신 없는 나날을 보낸다. 남들 다 가는 여름 휴가는 고사하고, 태풍이 한반도로 다가오면 3시간마다 새로운 태풍 예보를 하기 위해 밥 먹을 틈도 없을 정도로 바빠진다. 심지어 태풍이 사무실 앞을 지나갈 때조차 창문 너머로 ‘태풍이 지나가고 있구나’라고 잠시 바라보는 게 전부일 정도라고 한다.

국가태풍센터는 예보관과 연구원 등 30여명이 북서태평양 전역을 365일, 24시간 감시하면서 태풍 발생 가능성을 분석하고, 태풍 발생 이후에는 실시간으로 태풍을 분석해 진로, 강도 등 예측 정보를 생산해 국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태풍 예보 정확도 향상을 위해 태풍 정보 생산 시스템과 태풍 발생 감시 시스템, 태풍 전용 수치모델 등을 개발하고 있으며 태풍 발생과 발달과정에 대한 기초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국가태풍센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간 것은 2008년 4월부터다. 탄생 배경은 그 동안 수많은 인명과 재산피해를 냈던 태풍들과 관련이 있다. 2002년 사망 213명, 실종 33명 등의 인명피해와 재산피해액만 5조4,696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한 태풍 루사(RUSA)와 2003년 9월 한반도에 상륙해 6시간 동안 사망 119명, 실종 13명, 재산 피해액 4조2,225억원을 기록한 태풍 매미(MAEMI)가 대표적이다. 피해가 속출하면서 태풍 관측시스템 강화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졌고, 5년여만에 태풍센터 설치로 이어졌다.

태풍의 길목인 제주에 설치된 국가태풍센터는 개소 이후 3년간 준비 끝에 2011년부터 태풍예보 시기를 종전의 72시간(3일)에서 120시간(5일)으로 앞당기면서 재난대비 대응시간을 대폭 늘렸고, 지난 5월부터는 태풍 발생 전 단계인 열대저압부 예보까지 실시하는 등 지난 8년간 예보수준을 크게 높였다.

현재 한국의 태풍 예보능력은 일본 기상청보다 앞서고 있다고 국가태풍센터는 자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제주에서 열린 제8회 세계기상기구 국제태풍워크숍에 참석한 세계기상기구 소속 태풍ㆍ사이클론 전문가들도 국가태풍센터를 방문해 한국의 태풍 예보 능력을 인정했다는 게 센터의 설명이다. 앞서 국가태풍센터는 2012년 유엔 ESCAP/WMO 태풍위원회로부터 킨타나상을 받기도 했다. 킨타나상은 태풍위원회가 매년 태풍으로 인한 재해 위험을 줄인 공을 세운 기관을 선정해 수여하는 상이다.

강남영 예보팀장은 “7년 전만 해도 태풍 예보가 일본 기상청 발표와 다르면 내부에서도 (예측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사정이 달라졌다”며 “9호 태풍 찬홈 예보에 대해 일부에서 정확성이 떨어졌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오히려 일본ㆍ중국은 물론 미군 태풍합동경보센터보다 더 정확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태풍 예보는 생활기상 예보와 달리 재난에 대비한 방재 목적이 더 크다”면서 “이런 태풍 예보의 특성에 대해 더 많은 관심과 이해를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제주=김영헌기자 taml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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