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 영진~교항지구 연안정비
2월부터 석회석 2만여톤 투하
백화현상 유발 생태계 파괴 우려
사용기준 불분명 감독 현장도 혼란
해안침식을 막기 위한 동해안 연안정비 사업에 석회석이 대거 바닷물로 투하되자 주민들이 바다 생태계 파괴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다.
문제가 불거진 곳은 강원 강릉시 영진~교항지구 연안정비 사업 현장. 동해지방해양수산청이 2020년까지 파도를 막기 위한 시설 870m를 설치하는 공사를 진행 중인데, 지난 2월부터 석회석 3만여 톤이 투하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바닷물에 잘 녹는 석회석 가루가 장기간 사막화 등을 일으켜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것 아니냐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일부에선 이미 석회가루가 묻은 미역을 채취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어민들은 항만공사로 인해 삶의 터전을 잃지는 않을까 걱정이 많다. 최모(58)씨는 “막대한 국민혈세를 투입해 항만을 준공하더라도 수명이 오래가지 못하고 오히려 바다 생태계 파괴를 불러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원지역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회석은 강도가 다른 암석에 비해 강도가 약해 해안항만 공사에는 적합하지 않다”며 “더구나 염분을 만나면 화학반응을 일으키고 여기서 나온 석회가루가 생태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용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하는 등 동종업계마저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강원도내에선 2010년과 2012년 삼척 임원, 호산항 건설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바닷물에 들어간 석회석이 백화현상과 적조, 수온상승 등 해양 환경오염을 일으키고 강도가 상대적으로 약해 향후 물리적 변형을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관련 규정이 없어 논란은 거세지만 결론은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행 ‘항만 및 어항설계 기준’에는 암석의 강도기준과 흡수율, 비중에 대한 기준만 있을 뿐, 세부적으로 공사에 사용하는 암종을 다룬 조항이 없다.
이런 가운데 강릉 영진항 공사에는 지금까지 사용한 석회석의 10배가 넘는 30만여 톤이 바닷물 속으로 더 들어가야 해, 이를 둘러싼 논란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동해지방해양수산청 관계자는 “규정상 시방서 대로 공사가 이뤄지면 시정명령 등을 내릴 수 없다”며 “학계에서도 석회석 사용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는 등 명확한 기준이 없어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강원대 지질학과 박영윤(41) 박사는 “주기적으로 해수 속 석회석의 침전 정도와 조류, 수온, 용존산소량 등과 관련한 조사를 실시한 뒤 영향요인을 정밀 분석해 대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은성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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