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일가 삼성물산 지분 30.4% "안정적 그룹 경영 가능" 분석
삼성물산→삼성생명·전자로 그룹 지배구조 단순·투명해져
바이오 등 신성장 엔진 다각화도… 소액주주들 표심 덕 승리 거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주총에서 통과된 양 사 합병은 단순 계열사를 합치는 차원을 넘어서는 중대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직결되는 그룹 지배력 강화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강화 및 출자구조 단순화
이 부회장은 그룹의 양 대 주력사인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지분을 각각 0.57%, 0.06%만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의 그룹 지배권이 약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는 곧 경영권 승계 우려로 이어진다.
하지만 이번 합병 성사로 이 부회장은 이 같은 우려를 일거에 날려 버리게 됐다.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갖는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4.1%를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지분을 매개로 삼성전자 지배력까지 강화하게 됐다. 여기에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통합 삼성물산의 지분 2.95%를 갖게 되고, 두 여동생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이 각각 5.5%의 삼성물산 지분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오너 일가의 삼성물산 지분은 총 30.4%여서 안정적인 그룹 경영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더불어 복잡했던 그룹의 지배구조가 단순하고 투명해졌다. 지금까지 삼성의 지배구조는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전기ㆍ삼성SDI→삼성물산→삼성전자로 복잡하게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였다. 그러나 합병 이후 지배구조가 삼성물산→삼성생명ㆍ삼성전자로 줄어든다.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회사로 올라서는 것이다.
신수종 사업 확대
삼성은 양 사 합병을 통해 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키우고 사업 다각화를 모색하겠다는 방침이다. 삼성은 현재 성장 한계론까지 나오는 휴대폰을 뛰어넘을 신수종 사업으로 바이오 사업을 밀고 있다.
바이오사업은 그룹에서 기대를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외부 의견들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 합병을 계기로 삼성물산은 각각 자회사와 손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에피스에 투자를 늘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키울 계획이다. 이를 통해 휴대폰과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사업도 다각화 하겠다는 전략이다.
더불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고유 사업 간 연계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놀이공원 운영 및 관리와 의류사업, 삼성물산은 건설부문과 종합상사로서 보유한 국내외 영업망 등에 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합병 이후 놀이공원, 의류 사업의 해외 수출을 노릴 수 있고, 양 사가 함께 보유한 건설부문이 통합되면서 시공 능력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진일보한 주주친화 경영 선언
이날 삼성이 엘리엇에 승리를 거둔 데는 소액주주들의 동조가 결정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소액주주들은 단기적인 손해보다 장기적 이익을 보고 삼성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삼성물산 임직원들이 발로 뛰며 소액주주들을 일일이 만나 설득 작업을 폈고 신문과 방송, 인터넷 광고를 통해 대대적으로 찬성을 호소한 것도 막판 소액주주들의 표심을 끌어 모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주총장에서 직접 목소리를 낸 소액주주들은 대체로 양 사간 합병 비율 1 대 0.35에 불만이 있었지만 사업 연계효과를 긍정적으로 봤다.
이에 삼성은 주주 친화 정책으로 화답할 것을 이미 공언한 상태다. 앞으로 삼성물산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설치해 이사회 결정 사항을 주주들의 관점에서 살필 수 있도록 하고 주주 권익보호 담당위원을 따로 둬 주주 이익 제고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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