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정책 전문성 강화 위해,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공사화 방안
민간전문가를 위원장으로 영입, 사무국을 둔 상설기구화 구상 등
내주 초 토론회 후 추진 본격화 "견제 장치 강화 필요" 지적도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공사화 하는 방안을 본격화한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 받을 수 있지만 관리ㆍ감독 등 견제가 약해져 안전성을 바탕으로 해야 할 국민자산이 자칫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1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21일 서울 여의도 한국화재보험협회 회의실에서 ‘국민연금 관리ㆍ운용체계 개선방향 토론회’를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는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 ▦기금운용위원회의 상설기구화 ▦국민연금심의위원회 격상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복지부의 의뢰로 보사연이 연구를 진행한 것이라 사실상 정부 개편안 초안에 해당된다. 정부는 지난 4월 관련 토론회를 열고 본격화하려 했지만 사안의 민감성과 함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의 여파로 토론회 일정이 두차례나 미뤄졌다.
국민연금공단에서 떼어 기금운용공사를 만든다는 안은 투자 정책에 관한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찍은 구상이다. 정부의 출자나 자본금이 없는 무자본 특수법인으로 설립해 독립성 강화를 꾀하고, 최고의사결정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두는 방식이다. 공사는 기금운용위로부터 조직ㆍ인력ㆍ예산승인 등 관리감독을 받고 운영현황 공시, 임직원 투자윤리 규정, 국회와 감사원의 통제도 받도록 했으나, 개별 투자의사결정의 독립성을 강조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별도의 사무국을 둔 상설기구로 만든다는 방안 역시 위원장을 민간전문가에게 맡기는 등 수익률을 높이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위원은 가입자 추천 전문가 등으로 구성한다. 현재 위원회는 복지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위원 5명, 민간위원 14명(사용자, 근로자, 지역가입자 관련 단체 추천으로 복지부 장관이 임명) 등 20명으로 구성된다. 대표성이 강조되다 보니 자산운용 전문가가 거의 없어 전문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출석률도 저조해 전반적인 의사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주식계 큰 손으로 통하는 국민연금 운용이 자칫 민간위원장 손에 넘어갈 경우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외에 현재 복지부 차관 주재인 국민연금심의위원회를 장관 주재의 국민연금정책위원회로 격상해 연금 관련 제도를 총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원종욱 보사연 선임연구위원은 “전문성과 수익률 제고는 물론 체계적인 위험관리도 가능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했다”고 자평했다.
현재 500조원 규모인 국민연금 기금은 2022년에는 1,000조원, 2043년 2,561조원 수준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국민연금공단 내 조직만으로는 운용이 어려운 실정이다. 기금이 절반도 안 되는 캐나다 CPPIB(200조원)의 전문인력이 1,000명인 것에 비해 국민연금은 199명 정도로, 투자다변화를 통한 수익제고가 어려운 구조다.
전문가들은 일단 분리를 반기면서도 위험자산 투자로 자칫 손실이 날 경우 국민연금 신뢰성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며 신중론을 폈다.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전 보건사회연구원장)는 “전문투자를 하는 기금운용위가 행정업무 위주인 국민연금공단 안에 포함된 것은 부자연스러웠다”며 “공사 분리 등 전문성 중심 운영이 바람직하나 연금 가입자들의 견제 기능이 약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금운용본부 독립은 그 동안 여러 번 추진됐지만 번번이 좌절됐다. 2008년 이명박 정부 때도 공사 분리 방안을 추진하다 여야와 정부 간 의견 차이를 보였고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논의는 중단됐다. 공사를 만들 경우 복지부 안에 둬야 한다는 이번 안에 대해서도 정부 부처 내 이견이 있어 최종안 도출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안정성 장치 마련과 위원회 구성 등을 둘러싸고 야당이 제동을 걸 가능성도 커 국회 통과 전망도 어둡다.
채지은기자 cj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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