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자본에 취약·국부 유출" 야당이어 여당도 법안 발의 추진
"관계사 등 내부 지분 훨씬 높아, 재벌 권한만 더 강화" 반론 팽팽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통과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공세는 일단 무위로 돌아갔지만, 헤지펀드의 적대적 인수ㆍ합병(M&A) 시도로부터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는 거세게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가장 목청을 높이는 곳이 재계 단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들은 대주주 지분에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차등의결권제’나 기존 주주들이 시가보다 싸게 신주를 살 수 있도록 하는 ‘포이즌필’ 제도 등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보조를 맞추고 있다.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은 포이즌필 등 경영권 방어장치 도입안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안에 발의할 계획이고, 박영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국내 경제의 원활한 운영을 저해하는 경우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김수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외국자본의 ‘칼’에 대항할 최소한의 ‘방패’조차 없어 국내 기업들이 ‘먹튀’ 자본에 매우 취약할 수 밖에 없다”며 “국부유출과 함께 국내산업의 경쟁력 약화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영권 방어 수단을 무작정 도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만만찮다. 반대론자들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경영권 공격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고 반박한다. 웬만한 대기업들은 관계사가 보유한 내부지분이 다른 나라에 비해 훨씬 높고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도 상당하다는 것이다. 더구나 인수대상 기업 임원에게 거액의 퇴직금이나 스톡옵션을 주게 해 인수비용을 증가시키는 ‘황금낙하산’ 등 현행 법체계에서도 방어 수단이 없지 않다는 주장이다.
무엇보다 경영권 방어장치가 국내 재벌 오너들의 권한만 더 강화시켜줄 거란 우려가 적지 않다. 이혜훈 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엘리엇의 이번 공세가 적대적 M&A와는 무관한 것임에도 M&A 방어책을 도입하자고 나서는 것은 본말이 전도됐다”고 주장했고,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적은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현 대기업 경영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는데 악용될 우려도 있어 신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수기자 ddack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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