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서 열리던 K리그 올스타전 세월호 상처 입은 단원구서 개최
양측 감독 "시민들에 위안 되길"
프로축구 K리그 올스타전이 6년 만에 서울 상암월드컵 경기장이 아닌 경기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개최됐다.
17일 안산 단원구 초지동에 위치한 와스타디움은 K리그 스타들의 축제 한마당으로 변신했다. 안산시가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을 유치하면서다. 지난 5년 간 서울 상암 월드컵경기장이 올스타전의 무대가 됐지만 올해 안산으로 장소를 옮긴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4월 16일 안산을 덮쳤던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어루만지기 위해 프로축구연맹과 안산시의 의기투합이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날 축구장을 찾은 안산시민들은 한 여름 밤의 축구 축제로 무더위와 함께 한해 동안 지친 마음까지 날릴 수 있었다.
안산은 이미 스포츠로 세월호의 상처를 덜어낸 경험이 있다. 시작은 프로배구였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침잠해 있던 안산은 올해 초 OK저축은행의 V리그 남자부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조금씩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지난해 창단 2년 차를 맞은 OK저축은행은 ‘기적’과 ‘위안’이라는 열쇠말로 닫혀 있던 안산시민들의 마음을 열었다. ‘기적을 일으키자’라는 슬로건으로 꼴찌 팀의 성공신화를 작성했고, ‘We Ansan!’을 구단 엠블럼으로 채택하면서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에게 위안의 손길을 건넸다. 연고지 협약을 맺은 지 1년 만에 OK저축은행의 홈 경기장인 안산 상록수체육관은 주말마다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친구의 어이없는 희생에 울어야 했던 인근 지역 청소년들도 경기장에서만큼은 힘찬 함성을 지를 수 있었다.
OK저축은행이 일으킨 위안의 물결은 축구 경기장까지 번졌다. 안산 경찰청 프로축구단 역시 연고 협약 두 번째 시즌에 불과했지만 세월호의 아픔을 나누기 위해 발 벗고 나섰다. OK저축은행의 엠블럼 ‘We Ansan!’을 그대로 빌려와 유니폼 전면에 달았다. 경기장을 찾는 시민들의 아픔을 달래는 것은 물론 연고지 시민들과의 스킨십을 늘리기 위해서였다.
이번 K리그 올스타전이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열리게 된 것도 안산 경찰청 구단주인 제종길(60) 안산시장의 노력이 바탕이 됐다. 조연상 프로축구연맹 홍보마케팅 팀장은 “제종길 안산시장이 직접 프로축구연맹에 찾아와서 안산에서 올스타전을 열게 해달라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양 팀을 이끄는 최강희(56) 전북 현대 감독과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대표팀 감독도 이 같은 취지에 적극 동참하고 나섰다. 최 감독은 지난 2일 열렸던 올스타전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는 안산시뿐만 아니라 전 국민의 아픔이었다”며 “이 경기로 인해 많은 아픔을 치유할 수는 없겠지만 좋은 경기를 통해 축구 팬들과 시민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슈틸리케 감독 역시 “안산이라는 지역에 다시 즐거움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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