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정말 진지하게 구조개혁을 할 마음이 있긴 한 걸까. 최 부총리가 16일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재부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보면서 든 의문이다. 그는 서신에 “다른 나라는 정부와 정치권이 한마음으로 2인3각 경기를 하는데, 우리 정치권은 정부가 요청한 경제활성화 법안 처리는 차일피일 미루면서 대안 없이 비판만 한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했다. 노동계에 대해서는 “총파업을 무기로 기득권 유지에 급급한 형국”이라고 독설을 날렸다.
최 부총리의 답답한 마음은 이해한다. 하지만 민주주의 사회에서 구조개혁을 이뤄내려면 국회와 노동계를 설득해 나가는 절차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상대를 설득하려면 최소한 겉으로라도 유화 제스처를 취하고, 때론 몸을 낮춰 구슬리고 읍소도 해야 한다. 삼척동자도 아는 상식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는 취임 이후 야당과 노동계에 대해 언제나 강공 일변도였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해야 하는데 국회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발목을 잡고 있는데 어떻게 뛰냐. 한국에는 국회선진화법이 있어서 야당의 재가 없이는 할 수 있는 게 없다”(5월23일 한일 재무장관회의 직후 일본 특파원 간담회)거나 “불법파업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4월2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는 식이다.
그는 야당과 노동계를 대화 상대보다는 길을 막는 장애물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그게 아니라면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피아(彼我) 구분을 뚜렷하게 해 지지기반을 다지겠다는 ‘자기 정치’욕심으로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노동 구조개혁의 대표 성공사례로 꼽는 네덜란드의 ‘바세나르 협약’은 비난이나 편가르기로 타결되지 않았다. 1982년 당시 네덜란드의 재계 수장은 바세나르 지역의 자택에 노동계 대표를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며 진솔한 대화를 나눈 끝에 공감대 형성에 성공했다고 한다. 정말 구조개혁을 하겠다면 이 정도 정성은 보여야 하는 것 아닐까. 지난 1년간 최 부총리가 야당 대표나 노조위원장과 독대해 진솔한 대화를 나눴다는 소식은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그는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된다’고 생각하면 우리 뇌는 ‘되는 방향’으로 최적화돼 ‘되는 이유’와 ‘되는 방법’을 찾아낸다”고 했다. 본인 스스로가 구조개혁에 ‘되는 방향’으로 최적화 돼 있는지 되돌아 보길 바란다.
이성택 경제부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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