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자이니치 "우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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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자이니치 "우리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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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1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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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제국 vs. 자이니치 이범준 지음 북콤마 발행·384쪽·1만8,000원

1. 한국의 법원 체계가 일본 재판소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한국의 사법연수원, 사법연수생, 연수생 임용은 모두 일본의 사법연수소, 사법수습생, 수습생 채용에서 가져왔다. 법 체계 역시 일본 것을 따와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 헌법의 주어가 인민(people)인 반면 한국은 일본처럼 ‘국민’을 주어로 삼는다.

2. 일제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조선인은 1945년 무렵 약 200만명에 이른다. 일본의 패전과 함께 많은 사람들이 귀국하지만 60만명은 돌아오지 못하고 남겨진다. 이들과 그 후손을 일컫는 재일조선인, 자이니치(在日)는 100만명, 일본 인구의 1%에 이른다. 패전 2년 후인 1947년 5월 2일 일본에선 ‘내무장관이 정한 사람과 조선사람은 당분간 외국인으로 간주한다’는 외국인등록령이 발표되고, 다음날 유엔이 시행하던 대일본제국헌법 대신 일본국헌법이 시행된다. 연합군 사령부가 식민지 출신자 보호를 염두에 두고 작성했던 일본국헌법 초안은 기본권의 주체를 인민(people)과 자연인으로 두었지만, 일본국헌법은 이를 국민으로 바꾼다. ‘외국인은 법의 평등한 보호를 받는다’는 대일본제국헌법 16조는 일본국헌법에서 삭제된다. 1952년 샌프란시스코 평화조약에 따라 자이니치의 일본 국적이 없어지면서 조선인도 일본인도 아닌 2급 시민, 자이니치들이 겪은 차별과 배제의 역사가 시작된다.

자이니치는 해방 후 2세, 3세로 이어지며 조선말을 잃었지만 스스로 조선인이라고 하고 모국의 국적도 유지하는, 세계에서 유래를 찾기 힘든 민족이 됐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정의한 민족의 제 1조건-동일한 언어 사용-을 배반하면서, 일본 내 차별과 배제의 체험을 토대로 탄생한, 이전의 내셔널리즘 연구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상의 공동체’다.

한국인, 북한 주민, 심지어 분단 이전 조선인을 자신의 정체성으로 여기는 이들은 인권의 조건에 국적을 요구하는 저 두 ‘네이션 스테이트’(국민국가)에서 ‘호모 사케르’(법 밖에 있는 자)의 전형이 된다. 동시에 법질서 바깥의 ‘벌거벗은 생명’이라는 바로 그 정체성 때문에, 한국과 일본의 강고한 내셔널리즘에 균열을 내는 존재로 작동한다.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3년간의 제작과정을 거쳐 출간한 이 책은 자이니치의 정체성을 만든 역사적 사건 당사자들의 인터뷰와 한미일 외교 문서 등을 통해 복잡다단한 자이니치의 현실을 소개한다. 1977년 한국인 국적으로 첫 일본 사법연수생으로 채용된 자이니치 김경득의 사례로 서두를 열고, 일본의 사법 외교 체계, 정부 정책 기조 등이 미국과의 긴밀한 관계 아래 작동하고 있음을, 그로 인해 자이니치가 끊임없이 배제 차별되고 있음을 증명한다.

1960년대 북한이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해 일본에 자이니치 북한 송환을 제시할 때 이승만 정부는 자이니치 한국 송환 시 1인당 500달러를 일본에 요구했다. 2008년 이명박 정부는 조선족 자이니치를 북한 주민과 동일시하며 한국 입국을 거부했다. 이렇게 수십 년 동안 일관한 한국의 기민정책(棄民政策)과 한일 양국의 차별로 제 정체성마저 고민하는 자이니치들의 표정을 섬세하게 기록한 책은 묻는다. ‘우리는 어떤 국가에서 살고 있는가.’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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