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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지원사업 때문에 원수지간 된 포항 이웃사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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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지원사업 때문에 원수지간 된 포항 이웃사촌

입력
2015.07.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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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시가 지어준 공동판매장에

교대로 장사하자고 약속해놓고

수입이 솔솔하니 오리발·버티기

불법전대·원형훼손도 잇따라

市, 불법점거 주민 강제집행 검토

원주민이 100명도 채 되지 않는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용한1리. 시금치를 심고 물고기를 잡던 이 마을은 이제 더 이상 서로 형님 아우, 아저씨 조카라고 부르며 살갑게 지내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하고 원성만이 가득했다. 항만도로건설로 백사장이 축소되자 포항시가 주민지원사업 일환으로 판매시설을 지어준 것이 화근이 됐다. ‘돈 욕심’에 이웃사촌이 원수지간이 된 것이다.

포항시는 2009년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의 협조를 받아 항만 한 켠에 4억6,000만원을 들여 12칸, 연면적 1,390㎡의 1층짜리 간이판매시설을 지어 2004년 이전부터 살던 원주민들에게 보증금 1,000만원, 월 20만원에 임대했다. 시설수준이나 주변환경을 고려하면 거저나 마찬가지다. 영일만항 공사로 인해 마을 앞으로 왕복 8차로의 대로를 내면서 명사십리의 백사장이 대부분 사라진 데 따른 보상차원이었다.

주민들은 ‘마을회’를 꾸렸고, 정관을 만든 뒤 2004년 이전부터 거주해 온 주민 86명에 대해 판매장 임차 자격을 부여했다. 이 중 절반 가량이 영업 의사를 밝혔고, 12명씩 5년간 교대로 운영키로 합의했다. 현재 이 마을엔 150여가구 300여명이 살 정도로 커졌다.

문제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사가 너무 잘 되면서 터졌다. 횟집이 예상보다 잘 되자 5년이 지나도 가게를 비워주지 않거나 제3자에게 웃돈을 받고 불법으로 넘기는 사람, 무단으로 옆 가게와 합쳐 확장하는 주민도 생겨났다. 판매장 준공 당시 마을 이장이었던 사람도 불법전대 대열에 동참했다. 다음 순번 주민들은 “직접 장사를 하지 않을 것이면 비우라”고 요구했고, 이미 돈 맛을 알아버린 주민들은 버티기에 들어가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주민들은 ▦점포훼손 금지 ▦영업 중단시 마을회에 반납 등의 안전장치를 마련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규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졌고, 정상적으로 영업해 온 주민도 지난 3월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났지만 모두 버티고 있다. 5년 동안 기다려온 다음 순위 주민들이 폭발했고, 폭력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다.

이모(68) 이장도 얼마 전 젊은 이웃에게 맞아 전치3주의 상처를 입었다. 그는 “동네 이웃이 이장이 이런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며 폭행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만 할 수 있는 상가에서 불법전대로 영업중인 세입자는 “못 나가겠다”며, 다음 순번인 마을 주민들은 “빨리 입주하게 해 달라”며 이씨를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마을 이장도 버티는 주민들에게 포항시에 가게를 넘기고 다음 주민에게 기회를 줄 것을 종용하다가 홧김에 식당 유리창을 깨는 바람에 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이씨는 “신발 치수까지 서로 알고 있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고 이웃간 정이 두터웠는데 어쩌다 마을이 이 지경이 됐는지 모르겠다”며 “안 나가는 주민과 다투다 홧김에 식당 유리창을 깨뜨려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을 내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마을이 이렇게 된 데에는 포항시의 책임도 크다는 지적이다. 포항시와 마을회는 ▦포항시의 지도ㆍ감독 ▦전대 등 규정위반시 계약기간 이전이라도 계약을 해지한다는 등을 협약했다. 하지만 시는 지켜보기만 하다 계약 종료 석 달 도 더 지난 지난 6일에야 1차 철거 공문을 12명의 업주에게 보냈다.

이에 포항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주민복지시설이라 가급적 주민 스스로 해결하도록 기다려왔으나 수 차례 경고에도 수습이 되지 않은 만큼 이달 말까지 비우지 않으면 강제집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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