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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혐의 입증할 증거 대폭 감소… 檢 "유죄 가능성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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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혐의 입증할 증거 대폭 감소… 檢 "유죄 가능성은 여전"

입력
2015.07.1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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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증거 상당부분 출처불명, 업무 무관 여행·신변잡기 정보도"

대법, 직접증거 기준에 미달 판단… 선거법 위반 무죄 가능성은 커져

1심부터 정치개입은 줄곧 인정, '원장님 지시' 등 다른 문건 주목

16일 대법원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의 대선개입 사건을 파기환송하면서 디지털 증거 능력에 대한 보다 엄격한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증거가 된 불법 트윗글은 2심이 인정한 27만여건이 아니라, 1심이 인정한 11만건으로 보인다는 결론도 내렸다. 사건의 핵심인 공직선거법과 국정원법의 위반에 대한 유무죄 취지는 직접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판결 취지대로라면 인정될 증거가 대폭 줄어들게 돼 1심처럼 공직선거법 무죄, 국정원법 유죄가 될 가능성도 있다. 검찰 수사팀은 모두 유죄 가능성이 여전히 열려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대법원이 ‘증거능력 오인’으로 문제 삼은 디지털 파일은 2개이다.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직원 김모씨의 네이버 이메일 첨부 파일에 있던 ‘425지논’과 ‘시큐리티’라는 이름의 텍스트(TXT)파일이다. 김씨는 ‘내게 쓴 메일함’에 이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자신에게 보낸 메일이었다. ‘4월25일 논지’라는 뜻으로 추정되는 ‘425지논’는 A4용지 420여장 분량으로 2012년 4월25일부터 같은 해 12월5일까지 매일 작성해 원 전 원장이 내린 지시사항의 요점을 담고 있다. ‘시큐리티’파일은 A4용지 19장 분량으로 트위터 계정 269개와 이를 기초로 하는 트윗덱 연결계정 422개가 담겨 있다.

항소심은 이들 파일에 대해 “자신의 업무상 필요에 따라 작성·관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메일에 첨부된 파일은 형사소송법상 전문(傳聞)증거일 뿐이기 때문에 그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서 자신이 작성했음을 밝혀야만 증거로 인정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검찰 조사에서는 이 파일이 자신이 작성한 것이 맞다고 진술했다가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서는 착각이었다며, 자신이 작성한 파일인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을 바꿨다. 대법원은 작성자가 시인하지 않아도 직접 증거로 인정되기 위한 기준도 새로 제시했다. ▦문서가 정규ㆍ규칙적으로 이뤄지는 업무활동으로부터 나온 것인지 ▦문서의 작성이 일상적 업무관행 또는 직무상 강제되는 것인지 ▦문서에 기재된 정보가 취득 즉시 또는 직후에 비교적 기계적으로 이뤄져 정확성이 보장되는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법원을 이 같은 기준에 비춰 문제의 2개 파일 문서들이 형사소송법이 인정하는 직접증거의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425지논’ 파일의 내용 중 상당부분이 출처불명의 언론기사 일부분과 트윗글 등 업무와 무관한 내용이란 점 ▦‘시큐리티’ 파일의 트위터 계정의 정보의 근원, 기재 경위와 정황이 불분명하다는 점 ▦두 파일 내용에는 여행ㆍ상품ㆍ건강 관련 정보 등 신변잡기의 정보도 들어 있어 업무를 위한 목적으로 작성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이 부분에 대해 항소심은 “문서의 극히 일부분에 사적 영역이 있다고 해서 증거능력을 전면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달리 본 것이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일보 자료사진

시큐리티 파일에 담긴 트위터 계정을 대법원이 배척하면서, 항소심에서 27만4,800건이 인정됐던 불법 트윗글은 1심처럼 다시 11만3,621건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번 사건의 핵심인 선거법 위반에 대해 1심처럼 무죄가 날 개연성이 커졌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사건을 수사했던 검찰 관계자는 “(증거가) 11만개(1심), 27만개(2심), 80만개(검찰 주장)가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사실 몇 천개만 돼도 얼마든지 (유죄를)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모두 78만6,698건을 불법 트윗글로 제시했었다. 박주민 변호사는 “좁아진 증거범위에서 유죄인정이 수월하진 않을 것 같지만, 이미 대선 당시 정치개입에 대해선 1심에서부터 줄곧 인정돼 왔다”며 “비록 고법 판단에 비해 증거 범위가 좁아졌어도 유죄 인정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여부는 불법 트윗건수보다는 ‘원장님 지시ㆍ강조말씀’과 같은 다른 증거문건이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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