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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무대-선악 단순구조 관전평은 양극단으로 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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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기발랄 무대-선악 단순구조 관전평은 양극단으로 갈릴 듯

입력
2015.07.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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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아리랑’의 피날레 장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일제의 총탄에 스러진 남녀의 상여 위로, 희생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수의가 내려온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뮤지컬 ‘아리랑’의 피날레 장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 채 일제의 총탄에 스러진 남녀의 상여 위로, 희생된 우리 민족을 상징하는 수의가 내려온다. 신시뮤지컬컴퍼니 제공

원작 조정래, 준비기간 3년, 제작비 50억원 등 화제의 작품으로 주목 받은 창작뮤지컬 ‘아리랑’이 15일 언론에 먼저 선보였다. 무대는 연출 겸 각색자인 고선웅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도드라졌다. “강요된 슬픔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겠다”는 연출가의 선언처럼, 일제강점기 민족의 수난이 160분 동안 흥미롭게 펼쳐졌다.

특히 2막에서 그의 재기가 빛난다. 사랑 이야기의 중심인 수국과 득보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은 뒤 나란히 상여(喪輿)에 올라 다른 사람들과 진도아리랑을 나눠 부르고, 일제에 짓밟힌 한민족을 상징하는 수십벌의 수의가 내려오는 피날레에서 민족의 한은 신명으로 승화된다.

소품 하나 없는 빈 무대 위. 십수 명의 사람들이 마른 눈을 끔뻑이며 바닥을 바라본다. 일제강점기 지식인 송수익으로 분한 안재욱이 결연하게 나서서 사람들은 다독인다. “왜놈들 눈깔 피해서 고향 떠나 사는 것이 죽기 보담 싫겄제만 그려도 쓸개를 깨물어 버틉시다.” 일본군 토벌에 밀려 의병이 해산하고 독립군과 농민들이 만주로 떠나는 1막 후반의 이 장면에서 송수익의 오른팔 삼출이 기운차게 외친다. “기분도 지랄 같은디 뭐라도 허고 털어야지라. 노래라도 한자락 허고 떠야지라.” 북소리가 울리고 노래판이 걸지게 펼쳐진다. “아리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리랑이 났네/ 아리랑 응 어어 응 아리랑이 났네.”

잿더미로 변한 집터였다가, 해가 지는 수평선이었다가, 별이 가득한 밤하늘로 변한 무대 뒤 화면은 어느 새 보름달로 꽉 찬다. 신명나게 이어진 노래는 19인조 오케스트라 반주가 합해지며 구슬픈 정서로 바뀐다. “나라를 되찾는 건 하늘의 뜻일세/ 자나깨나 나라걱정 맘 변치들 마세나/ 아리라아리랑 아리 아리랑 아리랑이 났네.”

하지만 작품에 대한 관람평은 양극단으로 갈릴 것으로 보인다. 15일 프리뷰 공연을 관람한 일부 관객들은 막이 내려진 후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반면 원작의 강한 민족주의 정서를 ‘민초들의 이야기’로 바꾸겠다는 제작 의도와 달리, 일제를 절대악과 동일시한 단순한 구도가 거부감을 자아낸다. “조선인들의 씨를 말리고 싶다” “조선사람 잡들이하는 저승 앞잽이” 같은 대사가 그런 식이다. 한 공연관계자는 “평이 안 좋아도 매진될 작품”이라는 말로 ‘아리랑’의 매력과 단점을 모두 인정했다.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원작 소설은 감골댁 가족사를 중심으로 압축됐다.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고 특히 윤공주(수국 역)와 국립창극단 출신의 이소연(옥비 역)의 호연이 빛난다. 9월 5일까지 서울 역삼동 LG아트센터. (02)2005-0114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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