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 많던 중고나라 사기범 무더기 검거
온라인 최대 중고거래 사이트 ‘중고나라’의 회원인 A씨는 올해 1월 게시판에서 “갤럭시 S4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는 글을 읽고 판매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흥정을 마친 A씨는 판매대금 23만원을 송금했으나 당일 물품을 출고하겠다던 판매자는 송금 직후부터 연락이 닿지 않았다. A씨는 사기 당한 사실을 직감했지만 판매자 정보는 메신저 아이디와 계좌번호밖에 없던 터라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는 A씨처럼 중고나라에서 사기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경찰에 따르면 중고나라는 회원 1,300만명을 보유한 최대 온라인 장터답게 전국에서 신고된 사기 피해의 절반 가량이 집중돼 있다.
동네 선후배 사이인 김모(21), 박모(21), 변모(23)씨 등 25명도 4월부터 지난달까지 비슷한 수법으로 중고나라에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 이들은 “커피머신, 아이패드, 제빙기 등을 판매한다”는 등의 허위 글을 올려 총 471명으로부터 2억3,000여만원을 가로챘다. 구매 희망자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통장명의자의 운전면허증을 위조한 사본을 전송했고, 대포통장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후배인 고교생 이모(16)군 등을 명의자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범행은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중국에 거주하는 총책 A씨의 지시 아래 A씨가 판매글을 올리면 중간관리책인 김씨 일당이 대포통장으로 돈을 송금받는 수법을 썼다. 하지만 역할 세분화를 통해 사기 규모를 키운 것이 거꾸로 발목을 잡았다. 중간관리책인 변씨는 4월 A씨가 보이스피싱 수법으로 국내 노인에게서 뜯어낸 8,000만원 중 3,000만원을 빼돌리는 등 수시로 돈을 가로챘다. 이에 A씨는 보복할 목적으로 중고나라 게시판에 변씨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사기정황 등을 올렸고, 결국 이로 인해 경찰에 사기 조직의 꼬리가 잡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16일 사기 조직원 중 9명을 구속하고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들은 모두 10,20대로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능숙한 점을 십분 활용해 범행을 도모했다”며 “중국 현지 총책의 계좌를 지급 정지하고 행방을 추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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