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 경영 정보 얻기 어려워 "산업은행에 뒤통수 맞아" 분통
산은 "워크아웃 않겠다" 수습 나서… 자산매각·신규 자금 지원 예상
대우조선해양이 올 2분기 최대 3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반영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최대주주이자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에 대한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해진 채권은행들 사이에선 산업은행이 책임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의 피해가 증가하는 자율협약이나 워크아웃보다 회사 차원의 자구책과 함께 유상증자 등 산업은행의 직접적인 자금 지원 방안이 가장 유력한 해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16일 “실사를 통해 부실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파악해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신규 자금이 필요하면 지원하고, 자본확충이 필요하면 유상증자도 검토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날과 달리 산업은행이 직접 지원에 나설 수 있다는 의사까지 내비친 것이다.
이는 산업은행의 책임론이 커지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다. 전날 대우조선해양의 대규모 부실과 워크아웃 검토 등의 보도가 나온 후 채권은행들은 산업은행에 강한 불만을 전했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주채권은행이 아니면 경영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는 어렵다”며 “아무 준비도 못한 채로 산업은행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관계자는 “멀쩡했던 회사가 하루 아침에 워크아웃으로 가는 경우가 어디 있나”라며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하루 빨리 회사 상태를 공개해 바람직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권단의 불만이 커지자 산업은행은 전날 밤 보도자료를 통해 “워크아웃과 자율협약을 통한 구조조정은 검토하지 않겠다”며 수습에 나서기도 했다.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이 체결되면 금융권은 약 22조원에 달하는 대우조선해양에 익스포져(위험노출액) 가운데 최대 20%까지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따라서 자산매각이나 신규 자금 지원 등이 우선적인 해법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 고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나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손실을 털어 내고 정상화된 것처럼 구조적인 문제가 아닌 일시적인 부실이 나타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 경우 산은 차원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 해도 산업은행 책임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작년 3월부터 김열중 산은 부행장이 대우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재직 중이고 작년 말에는 말부터 대우조선해양을 ‘관리대상계열’로 지정해 별도 관리해왔음에도 대규모 부실을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금감원과 회계법인의 책임도 상당하지만,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곳은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라고 강조했다.
유환구기자 reds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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