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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수출액 감소보다 영양가 없는 수출이 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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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수출액 감소보다 영양가 없는 수출이 더 문제"

입력
2015.07.16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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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수출 부가가치 능력 급감

주력 산업, 100원당 43원만 국내 남겨

수출 늘어도 경제성장 효과는 없어

중국 제조업체가 미국 애플사의 300달러짜리 ‘아이팟’ 한 대를 조립해 수출하면 중국의 수출규모는 300달러씩 올라간다. 하지만 중국이 아이팟 수출로 국내총생산(GDP)에 남기는 돈은 한 대당 불과 5달러 남짓. 단순조립과 제품테스트 과정에만 기여했기 때문이다. 반면, 아이팟에 쓰이는 주요 부품을 공급한 일본은 한 대가 팔릴 때마다 27달러씩 벌어들이고 있다.

올 들어 수출액 급감이 우리 경제의 큰 우려로 떠오르고 있지만 그보다 더 심각한 건 이미 오래 전부터 급감하고 있는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능력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출규모 못지 않게 우리 수중에 떨어지는 돈(부가가치)을 늘리는 노력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정성훈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16일 발표한 ‘우리나라의 글로벌 가치사슬 참여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능력(VAX지수ㆍ총 수출액에서 그 나라가 생산한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은 경쟁국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은 1995년과 2011년 사이 VAX지수가 4.3~12.6% 감소하는데 그친 반면, 한국은 21.7%(0.75→0.59)나 급감했다. 95년엔 100원을 수출했을 때 75원이 국내에서 생산된 부가가치였다면, 2011년엔 59원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2011년 0.79), 일본(0.81) 등은 여전히 높은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적인 분업 생산이 가속화되면서 각국이 수출로 남기는 부가가치는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한국은 특히 정도가 심하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의 3분의2를 차지하는 3대 주력 수출산업(석유화학, 전기전자, 수송장비)은 2011년 기준 100원어치를 수출하면 고작 43원만 국내에 남기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선진국들은 전체 수출 부가가치 가운데 서비스업의 기여도가 50%를 넘는 데 반해 한국은 중국, 멕시코와 함께 30%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수출 효과에 대한 착시로 이어진다. 실제 2013~2014년 한국 수출이 사상최대의 교역규모, 수출액, 무역흑자로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다고 떠들썩했음에도 정작 경제성장률은 3% 안팎에 머무른 것도 저조한 수출의 부가가치 창출능력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보고서의 지적이다. 바꿔 말하면, 최근 부진에 빠진 수출이 다시 정상화되어도 우리 경제에 기대만큼의 즉각적인 성장효과는 없을 거란 의미이기도 하다.

정성훈 연구위원은 “그간 우리 수출대책은 수출량과 단가에만 집착해 각종 수출보조와 고환율 정책 등 단편 처방에 매몰돼 왔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보다 부가가치를 많이 남길 수 있는 수출관련 산업의 경쟁력 향상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세종=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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