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안보법제 의회 강행처리에 반대하는 일본 여론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달 연립여당에서 집단적자위권 행사를 뒷받침할 안보법제 제ㆍ개정안 처리 방침이 알려지면서 시작된 반대 시위는 16일 중의원 표결처리를 전후해 최고조에 달했다. 며칠 째 도쿄 의사당 근처에서 벌어지는 반대시위는 6만 여명으로까지 불어났다. 도쿄뿐 아니라 삿포로 니가타 나고야 등 전국 각지로도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60% 가까이가 안보법제화에 반대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아베 비판에 나서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국민과 전문가들이 위헌이라고 반대하는 법안을 밀어붙이는 것은 “오만함과 무책임함이 극에 달한 폭거”라며 “입헌주의에 대한 반역”이라고 성토했다. 보수지 요미우리신문조차 “정부ㆍ여당은 국민이 알기 쉽도록 설명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할 정도다. 어제 중의원을 통과한 법안은 자위대법 중요영향사태법 등 안보관련 10개 법안 개정안과 새로 제정하는 국제평화지원법안 등 11개다. 이 법안들이 입법화하면 자위대가 집단적자위권이란 명분으로 미군과 함께 전세계에서 무력행사를 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이렇게 반대여론이 확산되는 것은 집단적자위권 행사에 대한 정부논리가 국제분쟁 해결 수단으로서의 교전권을 부정한 헌법 9조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7월 1일자로 헌법해석 변경이라는 편법으로 집단적자위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방침을 각의에서 결정했다. 이후 여야가 추천한 헌법학자들이 모두 위헌 의견을 제시했으나 아베 정권은 개의치 않고 9월 말 이전에 입법절차를 끝낼 태세다. 이는 지난 4월 말 아베 총리가 미국에서 미일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을 재개정하면서 여름까지 안보법제 정비를 마치겠다고 약속했을 때부터 예견됐던 일이다.
일본의 안보법제는 한반도 유사시 집단적자위권 행사의 법적 근거가 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가이드라인 재개정 당시 한국을 의식해 ‘제3국 주권 존중’이라는 표현으로 정리됐으나, 이후 북한은 사전동의 원칙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일본 수뇌부의 발언이 잇따르면서 논란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지금 아베 내각 지지율(13일 아사히신문)은 39%인 반면 지지하지 않는다는 42%로 지난해 12월 3차 내각 출범 이후 처음으로 반대여론이 더 많아졌다.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 총리 재선임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과 관련한 시나리오에 대한 빈틈없는 대비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 일본 정치권에 대해서도 전략적 시각을 갖고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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