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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황이 그토록 찾던 동방의 영약… 함양 산양삼으로 '환생'

입력
2015.07.16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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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봉산 등서 7100만 포기 재배… 2020년 산삼엑스포도 준비

첩첩산중의 땅 경남 함양군이 그 깊은 산의 정기가 응축된 산삼의 힘으로 부촌의 꿈을 꾸고 있다. 함양군의 한 산양삼 재배지에서 주민들이 빨갛게 꽃이 피어난 산양삼을 살펴보고 있다. 함양군청 제공
첩첩산중의 땅 경남 함양군이 그 깊은 산의 정기가 응축된 산삼의 힘으로 부촌의 꿈을 꾸고 있다. 함양군의 한 산양삼 재배지에서 주민들이 빨갛게 꽃이 피어난 산양삼을 살펴보고 있다. 함양군청 제공

백두대간의 기점인 지리산과 덕유산 자락에 둘러싸인‘산골’ 경남 함양군은 산에서 돈이 나온다. 전체 면적의 78%인 산지를 활용, 산양삼(山養蔘) 재배를 통해‘부촌’의 꿈일 일구고 있기 때문이다. 함양군은 불로장생의 대명사로 꼽히는 옛 고려산삼 종주국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산삼밸리’조성에 나섰고, ‘함양 산삼’의 우수성을 국외에 알리기 위한 ‘2020년 세계산삼엑스포’ 개최도 준비중이다.

최근 대한민국을 공포로 몰아 넣었던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등 신종바이러스 출현은 국민들에게 평소 건강관리, 면역체계의 소중함을 각인시켰다. 이를 계기로 산삼의 효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 산삼은 삼국시대부터 탁월한 효능이 알려져 중국 왕실에서도 동방의 영약으로 귀하게 여겼다. 실크로드를 따라 서방에 까지 산삼의 명성은 퍼져나갔고, 항암 효과를 비롯, 조혈작용, 당뇨억제, 혈압조절 등의 약리작용은 현대 과학을 통해서도 속속 검증되고 있다.

▦진시황 특명 받은 서복 흔적, 삼봉산ㆍ서암동

중국을 처음 통일한 진시황은 영원불멸의 삶을 영위하기 위해 신하 서복을 보내 동방의 불로초인 산삼을 구하라고 명했다. 서복은 남해를 거쳐 지리산 천왕봉과 맞은편 삼봉산에 산삼을 캐러 왔고, 그가 기거했다는 흔적이 마천면 추성리 서암동에 남아 있다고 전한다.

삼봉산은 예부터 지리산 보다 약초가 많이 난다고 해서 약초산으로 불렸다. 신라, 백제의 경계인 남덕유산 깃대봉 바로 아래에 자리잡고 있다. 깃대봉 일대는 지금도 삼국시대와 통일신라, 고려시대를 거쳐 전국의 심마니가 모여 제를 올린 제단과 약수터가 남아있어 우리나라 산삼 생산의 중심지였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황석산 자락의 ‘삼박골’이란 지명에서 알 수 있듯 이 일대는 산삼이 많았다는 걸 짐작하게 한다. 깃대봉 일대는 지금도 함양의 최대 산삼 산지로 조성돼, 화려했던 함양 산삼의 명성을 잇고 있다.

▦세계 최대 산삼밸리, ‘부자 함양’ 만들기 시동

함양군은 진시황의 지시로 불로장생 약초를 찾기 위해 함양에 온 서복의 흔적을 배경 삼아 산삼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함양은 해발 1,000m가 넘는 산이 15개나 되고, 토양이 산삼의 기본적 입지조건인 배수가 잘 되는 부양토가 많다. 암 예방과 콜레스테롤 제거를 통한 혈액정화, 노화방지, 면역조절 작용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게르마늄 성분이 다른 지역 토양보다 3~6배나 많이 함유하고 있다. 항암효과가 매우 높은 기능성 사포닌 컴파운드 성분도 다량 함유, 산삼과 산약초가 자생할 수 있는 최적지로 꼽힌다.

군은 2003년부터 산지에서 소득을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삼봉산에서 채취한 산삼을 재배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한 걸음 나아갔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함양 산양삼’이다. 산양삼은 산삼 종자를 해발 700~800m 높은 산에 옮겨 심어 자연적으로 자라게 한 삼이다. 군은 산삼이 많이 자라는 깃대봉 줄기에 산양삼 시범단지를 조성해 11개 읍ㆍ면에 대한 시범 재배를 시작으로 ‘함양 산양삼’ 명품화에 시동을 걸었다.

사업비 50억원을 들여 청정지역에서의 산양삼 재배를 위한 생산기반 구축을 시작했고, 군청에 ‘산삼계’를 신설했다. 군이 직접 종자를 구매하고 펜스를 설치하는가 하면 관리직원을 채용했다.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지난해 말 현재 460농가가 산지 700㏊에 총 7,100만 포기의 산양삼을 재배하는 데 성공, 국내 최대 산양삼 재배단지로 도약했다. 군은 지난해 산양삼 82억원어치를 팔았고, 올해는 100억원 돌파가 목표다.

함양 산양삼이 다른 지역 산양삼보다 고품질로 명성을 얻게 된 것은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철저한 관리감독이 있었기 때문. 최근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과 관심이 커지는 추세에 맞춰, 잔류농약, 중금속 검출 여부 등 소비자가 생산물의 정보를 정확히 알고 안심하고 선택할 수 있는 체계를 갖췄다. 종자 구입에서부터 생산, 판매까지 전 관리과정을 기록하는 생산이력제로 청정함을 증명해 보이고 있다.

특히 함양은 2006년 산림청 생산이력제 시범자치단체로 선정되면서 함양 산양삼은 종자 파종에서부터 출하까지 엄격한 검사를 거쳐 한국임업진흥원의‘합격필증’을 받은 뒤에야 출하된다.

또 농협 등 3개 업체가 공동으로 인력양성ㆍ마케팅ㆍ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지역연고혁신산업(RIS)을 추진하는 등 산양삼 가공제품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 산양삼 전문가 양성을 위해 2008년부터 경희대에 산양삼 최고 경영자과정을 개설해 지금까지 152명의 인재를 배출했으며, 중국 지린(吉林)성 및 베트남과의 자매결연을 통해 산양삼 국제화도 추진하고 있다.

▦산삼휴양밸리, 체험단지 조성…2020년 세계산삼엑스포 개최

군은 산양삼을 활용한 ‘힐링관광 단지’ 조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 산양삼 산지로 꼽히는 대봉산 일대에 산삼휴양밸리를 조성하고, 산양삼체험단지를 만들어 2020년 세계산삼엑스포 행사장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세계산삼엑스포 때 산삼체험단지로 활용하기 위해 60㏊에 이르는 산지에 3년째 심어 놓은 산양삼도 700만 포기에 달한다.

또 지난 2008년부터 병곡면 광평리 일대 598만㎡에 모노레일 등 함양 명품 산삼을 활용, 11개 휴양관광시설을 짓고 있는데, 진입로인 임도를 개설해 억새숲이 어우러진 철쭉, 느릅, 돌배, 야광나무 등이 있는 생태숲과 휴양림 일대의 전경은 일품이다.

지리산과 덕유산 등 아름다운 백두대간에 주위 경관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모노레일도 만들고 있다. 도시에서의 지친 몸과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치유의 숲과 치유센터가 자리하고, 도시민의 산삼ㆍ산약초 재배 체험을 위한 대단위 산림복합경영단지와 산림생태문화체험단지 등도 속속 조성되고 있다.

함양=이동렬기자 dy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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