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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때론 나만의 사투리를

입력
2015.07.16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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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은 부산이지만, 사투리를 공식적으로(?) 쓴 건 중학교 1학년 1학기가 마지막이었다. 중학교를 서울에서 마치고 고등학교 때 다시 부산으로 전학 갔지만, 그때엔 사투리를 부러 쓰지 않았다. 부산 억양이 싫었고, 다른 아이들과 똑같아지기도 싫었던 것 같은데, 무엇보다 부산에서 서울말씨를 쓰면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요즘은 가끔 취중 개인기랍시고 재주부리듯 쓰곤 한다. 근데 그게 딱히 부산 말씨는 아니다. 느닷없이 전라도 말씨가 나오거나, 충북 제천이나 강원도 원주 사이쯤에서나 들을 수 있는 중부지방 복합 억양(?) 같은 게 외계어처럼 튀어나올 때가 많다. 그쪽에선 살아본 적도 없다. 따져 보니 어떤 사람의 말투를 인상 깊게 듣고 따라 하는 걸 즐겨서 그런 듯하다. 비록 장난일지언정, 말투를 바꾸면 말의 호흡 또한 평소와는 다르게 운용된다.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성정 또한 잠깐이나마 다른 색을 띠게 된다. 스스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일종의 연기랄 수도 있는 게, 말하는 자가 말하고 있는 스스로를 관찰하며 감정이 중화되는 기분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다. 표준어란 말 그대로 말의 규율을 표준화시킨 것에 불과할 수 있다. 출신 지역 불문,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사투리가 있을 거라 여긴다. 다소 낯설고 투박하더라도, 그게 아니면 도저히 표현될 수 없는 자기만의 발성, 자기만의 어투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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