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너무 단 게 너무 당겨요?
당뇨병 환자들이 자주하는 하소연 중에 가장 흔하면서도 의사로서 너무 얄미운 하소연이 바로 '단 게 너무 당겨요'라는 말입니다. 솔직히 맘속으론 '그래서 어쩌라고요?'라고 생각하지만 차마 그렇게 말하진 못하고 마치 교회의 목사님께서 하시는 듯한 말씀을 드리게 됩니다.
누구나 단 게 당깁니다. 교황님도 단 것을 좋아하신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자기가 당기는 대로 이 세상을 살아가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될까요? '단 게 너무 당겨요?'라는 말은 제 귀에는 '전 비싼 게 좋아요'라고도 들립니다. 당연히 비싼 것이 싼 것 보다는 좋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부 갑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은 비싼 것으로만 세상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다들 자신의 현실에 맞는 살림살이를 꾸려 나갑니다.
당뇨병 환자도 자신의 현실에 맞게 살아야 합니다. 뱁새가 황새 쫓아가다 가랑이가 찢어진다는 말도 있습니다.
당뇨병 환자만 단 것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나 단 것을 좋아합니다. 똑같이 단 것을 좋아해서 먹더라도 결과는 다릅니다. 당뇨병 환자는 혈당이 엄청 올라가지만 비당뇨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당뇨병 환자라서 억울하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억울하다고 한탄을 해도 좋아지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맛'에는 '단맛' 외에도 다양한 것이 있습니다. '단맛'은 너무 노골적인 맛입니다. 영화로 따지면 에로영화에 가깝다고 해야 할까요? 진정한 영화가 우리의 심금을 울리듯이 '단맛'을 넘어서는 진정한 맛이 우리의 영혼을 즐겁게 합니다. 자연에서 나온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그대로 전달해 주는 맛이 진정한 맛이 아닐까요? 장수하는 음식으로 유명한 지중해식 식사를 보면 지중해 자연에서 나오는 올리브, 레몬, 다양한 해산물, 신선한 야채 등으로 자연에서 나오는 맛 그대로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단맛으로 음식 재료 본연의 맛을 덮어 버린다면 너무 안타까운 일이 아닐까요? 단맛도 때때로 필요합니다. 하지만 '때떄로'일 뿐입니다.
최일훈 원장은 대전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 의원' 원장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 진료과목은 전반적인 당뇨.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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