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명 희생 한화케미칼 폭발 등
대부분 ‘人災’로 밝혀져
막대한 사후 처리비용 발생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 없어야”
최근 울산지역 산업체에서 각종 안전사고로 근로자들이 아까운 목숨을 잃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어 안전대책 강화가 시급하다.
특히 사망사고 대부분은 내로라하는 국내 굴지 대형업체의 안전매뉴얼 위반에 따른 ‘인재’로 드러나 ‘나사’가 헐거워지는 여름철을 맞아 긴장의 끈을 바짝 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울산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4일 정오께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지게차로 완성차 점검 장비를 옮기는 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여모(61)씨가 장비에 깔려 숨졌다. 여씨는 당시 지게차에 실린 장비를 떨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잡고 있다 지게차가 덜컹거리면서 장비가 떨어져 화를 당했다.
경찰은 사고 당시 지게차에 장비를 싣는 과정에서 고정작업 등 안전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관련자들을 상대로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 중이다.
또 13일 오후 3시30분께 남구 황성동 SK가스 자회사인 SK어드밴스드의 신설 공정 건설현장에서 배관 연결작업을 하던 협력업체 직원 박모(50)씨가 독성가스에 질식돼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나 결국 숨졌다.
사고가 난 곳은 SK가스가 65%의 지분을 갖고 지난해부터 건설 중인 PDH 신설공장 건설현장으로, SK가스는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의 APC사와 프로판탈수소화공정(PDH) 합작법인 협상을 맺고 SK어드밴스드를 출범시켰다. SK어드밴스드는 지난해부터 1조원을 들여 액화석유가스(LPG)에서 수소를 분리해 프로필렌 생산하는 PDH 공장을 건설 중이었다.
배관 작업은 배관사와 배관 보조, 용접사 등 3명이 한 조를 이뤄 작업하는데, 용접사와 배관 보조자가 휴식을 취하고 온 사이 숨진 박씨가 지름 1.2m가량의 L자형 배관 안에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울산에서는 또 지난 3일 오전 9시16분 남구 여천동 한화케미칼 울산2공장 폐수저장조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모두 6명이 숨지는 대형참사나 났다. 사고는 예견된 인재로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 조사결과 숨진 근로자들의 소속 업체인 현대환경산업은 공사 수주를 위해 사업자등록증의 사업자 주소지를 허위 기재하고, 다른 사람의 자격증을 대여 받아 수질환경전문공사업으로 부산시에 등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한화케미칼은 지난 1996년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이후 19년간 폐수관리와 관련, 당국의 지도점검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녹색기업으로 지정된 대기업들이 빈번하게 환경법규를 위반하고 있는 현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이번 사고는 폐수처리장 시설 확충을 위해 저장조 상부에 설치된 펌프의 용량을 늘리려고 배관을 설치하다 발생한 것으로, 녹색기업제도의 악용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경찰은 지금까지 한화케미칼 폐수저장조 담담부서 팀장 등 4명과 환경안전 담당부서 팀장 등 2명, 하청업체 현대환경산업 관련자 등 총 10여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경찰은 블로어(가스를 방출하는 송풍기)가 작동되지 않아 폐수저장조 내 가연성가스가 차 폭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사실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있으며, 하청업체 대표와 현장소장도 관리감독과 작업자 안전교육을 소홀히 한 점을 중시, 사법처리 범위를 저울질하고 있다.
특히 원청업체인 한화케미칼의 작업현장 안전관리·소홀 정황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통상 위험한 작업을 할 때 원청 안전관찰자가 현장을 지켜보며 관리감독을 해야 하는데 한화 측은 작업 전 10분에 걸쳐 형식적으로 가스안전 점검만 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 사고로 숨진 근로자 6명에 대한 보상합의는 지난 13일 마무리돼 지난 11일에 1명이 부산에서 발인했고, 4명은 13일, 나머지 1명은 15일 각각 발인을 마쳤다. 유족들은 회사 내 안전상징조형물 설치와 사고 당일에 대한 안전점검의 날 지정을 요구, 사측이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각 업체가 우선 비용이 발생하는 안전장치 마련의무 등에 소홀하기 쉬우나 막상 사고가 터진 후에 발생하는 보상금과 벌금 등 막대한 비용을 감안하면 철저한 안전장치 마련 및 안전규정 준수와 안전교육 실시 등이 필수적이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창배기자 kimcb@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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