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부트’(Reboot)라는 영화계 용어가 있다. 오랫동안 사랑 받던 영화 시리즈를 밑그림만 빼고 다 바꾼 뒤 새롭게 제작한다는 뜻이다. 주인공 바꾸고 유명 감독을 영입한 뒤 ‘신장개업’해 관객맞이에 나설 때를 가리키는 것이다. 예전 진용대로 가자니 관객들의 호기심이 떨어지고 시리즈를 폐기하자니 아까울 경우 종종 활용하는, 일종의 리노베이션이다.
올해 개봉한 할리우드영화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매드맥스4’)와 ‘터미네이터 제니시스’(‘터미네이터5’)가 리부트의 대표적인 예다. ‘매드맥스3’(1985) 이후 딱 30년 만에 등장한 ‘매드맥스4’는 감독과 이야기의 줄기를 빼곤 다 바뀌었다. 맥스와 동의어였던 배우 멜 깁슨은 얼굴도 비추지 않는다. 맥스가 중심인물이었던 1~3편과 달리 여성 퓨리오사(샬리즈 시어런)를 실질적인 주인공으로 내세운 파격도 새 출발한 영화다웠다. 원전의 결을 잃지 않으면서 신선함까지 갖췄으니 리부트 영화로선 이보다 좋기 어렵다.
‘터미네이터5’는 리부트 아닌 리부트 영화다.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터미네이터3’가 혹평을 받자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터미네이너터4’)으로 새로운 시작을 시도했다. 터미네이터의 상징인 아널드 슈워제네거를 단역으로 전락시켜가며 많은 변화를 감행했으나 관객 반응은 떨떠름했다. 제작자와 스튜디오가 바뀌면서 슈워제네거를 재활용한 ‘터미네이터5’로 재출범했다. 리부트에 어울리지 않게 ‘추억 팔이’에 나선 셈이다.
나이든 슈워제네거를 캐스팅한 게 민망했는지 영화는 살인로봇인 터미네이터도 노화한다는 설정을 제시했다. 사람 피부를 이식했으니 적어도 겉모습은 늙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새 ‘터미네이터’ 시리즈는 앞으로 적어도 2편 더 제작될 예정이다. 큰 변수가 없다면 관객들은 주름이 더 깊어진 터미네이터, 즉 슈워제네거의 액션과 계속 만나야 한다. 새로움으로 가득했던 ‘매드맥스4’에 비하면 ‘터미네이터5’는 적어도 캐스팅에선 퇴행적이다.
‘터미네이터’의 아버지는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유명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다. 미래 살인로봇이 현재로 시간여행을 해 인류 지도자의 출현을 막으려 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해 1984년 ‘터미네이터’를 선보였다. 2019년이면 ‘터미네이터’의 영화화 판권이 캐머런에게 다시 돌아간다고 한다. 서른 살의 패기로 ‘터미네이터’를 창조했던 캐머런이 60대 중반을 넘어선 나이에 ‘매드맥스4’와 같은 반전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매드맥스4’의 조지 밀러 감독은 올해 일흔이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광팬이라면 2019년이 빨리 오길 기다릴 만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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