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 28개 공동 선두 아름다운 경쟁
동갑내기 두 거포의 경쟁이 한 여름 더위보다 뜨겁다.
넥센 박병호(29)는 올해도 홈런왕에 도전한다. 2012년 생애 첫 홈런 1위(31개)를 차지한 그는 2013년 37개의 홈런을 때려 2연패를 달성했고, 지난해에는 52개의 아치를 그려 3년 연속 홈런왕에 올랐다. 올 시즌 초반에는 페이스가 다소 주춤했지만 시즌 중반에 들어서면서 폭발적인 힘을 과시하며 어느덧 28개의 대포를 터트려 레이스를 맨 앞에서 이끌고 있다.
올해 박병호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외국인 타자 테임즈(29)이다. 국내 무대에서 두 번째 시즌을 보내는 테임즈는 지난해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도루가 11개에 그쳤지만 올해는 적극적으로 뛰기 시작하면서 이미 21개의 도루를 기록해 20(홈런)-20(도루) 클럽에도 가입했다.
동갑내기이기도 한 이들은 14일 현재 홈런 공동 1위에 올라 있다. 누가 마지막까지 선두를 지켜내더라도 의미 있는 홈런왕이 된다. 만약 박병호가 올해도 타이틀을 거머쥔다면 리그 최초의 4년 연속 홈런왕이 된다. 테임즈가 박병호를 밀어내고 새로운 홈런 1위 자리에 오르면 2005년 서튼(당시 현대) 이후 10년 만에 외국인 타자 홈런왕이 탄생하게 된다.
홈런뿐 아니다. 박병호와 테임즈는 각종 공격 부문에서도 열띤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타율에서는 테임즈(0.353)가 3위 박병호(0.345)를 누르고 2위로 올라섰지만, 득점 부문에서는 박병호(77개)가 테임즈(76개)를 앞서며 1위를 지키고 있다. 타점과 장타율 부문에서 테임즈(84개, 0.778)가 모두 1위에 올라 있고, 박병호는 2위(79개, 0.671)로 뒤를 잇고 있다. 안타에서는 112개로 1위인 박병호가 테임즈(94개, 10위)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있다.
뛰어난 경쟁자가 있다는 것은 스스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가운 일이다. 박병호와 테임즈 모두 서로를 칭찬하면서 올 시즌의 대결을 기꺼이 즐기고 있다. 테임즈는 “박병호는 좋은 선수이다. 경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다”고 몸을 낮췄다. 박병호 역시 “테임즈와 경기를 하면서 그가 타격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선수이고, 같은 리그에서 경기를 하면서 보고 배울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 좋은 타격을 하고 있어 나도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김주희기자 ju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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