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낳은 여자처럼 잔머리가 많네.”
서울 한 의학연구소 팀장 임모(여)씨는 지난해 4월 첫 출근한 미혼 여사원 A씨를 보자 성희롱성 발언을 거듭했다. 이튿날 그는 A씨 목의 아토피 자국을 보고 “어젯밤 남자랑 뭐했어? 목에 이게 뭐야”라고 말했다. A씨는 다음날 회사 측에 여상사의 모욕 발언을 알렸고, 회사를 그만둔 뒤에는 임씨와 연구소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신영희 판사는 “피고들은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4일 밝혔다. 신 판사는 “여상사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단순한 농담 또는 호의적인 언동의 범주를 넘어 섰다”면서 “A씨에게 굴욕감이나 모욕감을 주고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켜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 신 판사는 “여상사가 업무시간에 사무실에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는데 연구소도 감독하지 못했다”며 연구소의 배상책임도 인정했다. 앞서 임씨는 A씨의 정식 고소로 모욕죄가 인정돼 벌금 70만원의 약식 명령을 받았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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