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군사-핵 의심 시설 사찰 후, 핵무기와 무관 확인돼야 제재 풀려
핵기술 R&D 우라늄 노욱은 못해
유엔 무기 금수조치 5년간 유지
중도 성향의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 출범 후 시작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의 핵 협상이 1년 11개월 만에 타결됐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신뢰 구축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했다.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이란 핵 활동ㆍ시설 감찰에 대해서 양 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군사시설과 핵 활동 의심 시설 모두를 사찰하도록 합의했다. 대신 사찰이 필요할 경우 이란과 주요 6개국이 함께 구성한 중재 기구의 협의를 거치도록 했다. IAEA는 이란이 확실히 해명하지 못한 2003년 이전 핵 활동과 핵 프로그램 담당 과학자 등도 조사해 그 결과를 올 12월 15일쯤 제출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란의 핵기술 연구ㆍ개발(R&D)은 이미 공개된 나탄즈 농축 시설에서만 가능하고, 공개되지 않았던 포르도에선 금지된다. 이란은 합의안 이행 직후부터 10년간 나탄즈에서 신형 원심분리기 연구를 계속하되 우라늄 농축은 할 수 없고 최고 2단계까지의 기계적 실험만 할 수 있다.
군사시설 사찰과 함께 주요 쟁점이었던 대(對)이란 경제ㆍ금융제재는 IAEA가 올해 말 까지 의심 시설을 사찰하고 이들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이 없다는 점을 확인하면 해제하기로 했다. 막판 쟁점으로 떠올랐던 이란에 대한 유엔의 무기 금수조치(유엔 안보리 결의안 1747호)와 탄도미사일 제재(결의안 1929호)는 각각 5년, 8년간 유지하기로 했다. 만일 이란이 협상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해제한 제재를 65일 내에 복원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측이 막판까지 주장했던 이란의 주요 핵 기반시설의 국외이전은 대부분 해체하고 보관하는 선에서 그대로 이란에 남겨두기로 해 향후 미 의회의 승인과정에서 쟁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유엔 안보리는 합의 내용을 검토해 이달 안으로 결의안을 채택하고, 이란의 핵 프로그램과 경제ㆍ금융 제재 해제 등 조치를 내년 상반기 중 실행할 계획이다.
이번 합의로 미국은 국제사회에서 다시 한 번 리더십을 확인했으며 중동지역 내 발언권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이란은 경제제제 해제 등 실리를 꾀함과 동시에 1979년 혁명 이후 36년 만에 국제사회 복귀가 가능해졌다. 그러나 미국 앞에는 사우디아라비아나 이스라엘 등 핵 협상을 반대해 온 우방국을 달래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 역시 유엔의 제재가 해제돼 무기를 수출할 수 있게 되면 안보 위협을 받는 인근 국가들과의 충돌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날 미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합의는 신뢰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검증에 기초하고 있다”며 “필요하다면 언제, 어디에서든 국제사회의 사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도 “협상은 양 측의 양보를 통해 이뤄졌다”며 “불필요한 위기가 해소된 만큼 새 지평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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