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 핵사찰 허용 등 협상 타결
경제·금융 제재 내년 초 해제
美의회 비준 등 정식발효까지 험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이 14일 이란 핵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2002년 8월 이란 중부 나탄즈에 비밀 우라늄 농축시설이 존재한다는 폭로가 나온 지 13년만이다. 이란은 향후 15년간 핵 개발이 제한되며, 그 대가로 국제사회의 석유수출 및 금융제재가 해제된다. 이란 핵 타결 소식에 국제유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관련기사 3면
80쪽이 넘는 합의문에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란의 군사시설을 포함해 핵 활동이 의심되는 모든 시설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아마노 유키아(天野之彌) IAEA 사무총장은 이날 “이란의 핵 무기 관련 시설과 설비에 대한 사찰은 올해 말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BBC방송이 보도했다. 이란에 대한 경제ㆍ금융 제재 해제는 IAEA 사찰 결과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이뤄질 예정이다. 이란의 핵개발 프로그램은 향후 10년간 IAEA를 통해 규제된다. 하지만 15년 후면 이란은 우라늄 농축에 나설 수 있게 된다.
이 합의문은 아직 정식 조약이 아니라 정치적 합의의 수준이다. 조약으로 정식 발효되려면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이 남아있다. 이날 타결 발표 직후 나온 미ㆍ이란 정상의 공식성명만 봐도 양측의 시각이 얼마나 엇갈리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모든 경로를 차단했다”고 평가한 반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번 협상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란 핵 프로그램 금지 결의가 종료됐다”고 발표했다.
이 뿐 아니라 핵 협상에 부정적인 미국과 이란 의회의 비준 절차가 남아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이란의 핵 기반시설 해체ㆍ보관을 조건으로 그대로 이란에 남겨두기로 미국이 양보한 것이 향후 미 하원 비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협상에 부정적인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하원은 협상 타결 후 60일 내에 합의문을 검토하게 되며 이 기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이란에 부과된 어떤 제재도 해제할 수 없다. 하원의 협상안을 거부 가능성을 의식해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가 합의안을 부결시켜면 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란 의회도 지난 6월 핵협상안 승인권을 포기하는 대신 군사시설 사찰불가 등의 원칙을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IAEA의 사찰이 제대로 실현되기 위해서는 진통을 피하기 힘들다.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이란의 적대국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과제다. 이란 핵 협상 타결 소식이 알려지자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역사에 남을 실수”라고 밝혔다. 미리 레게프 문화체육부 장관도 “이란에게 살인 면허를 준 것이며, 자유세계와 인류에게 해를 끼칠 것”이란 비난 성명을 내놓았다.
신지후기자 h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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