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가족에 의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제도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인권위는 14일 “보호의무자 2명의 동의와 의사 1명의 진단으로 정신질환자가 원치 않아도 6개월까지 강제로 입원시킬 수 있는 제도는 환자의 자기결정권과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며 이를 규정한 정신보건법 제24조 1ㆍ2항은 헌법에 위배된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헌법 제12조가 국민의 신체를 구속할 때에는 엄격한 절차에 따라 법관 등 독립적 기구의 심사를 거치도록 하고 있어 현행 강제입원제도가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덧붙였다.
이는 헌재에서 관련 법 조항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인권위가 정신질환자의 인권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라고 보고 의견을 제출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5월 서울중앙지법은 관련 법 조항에 대해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정신질환이 있다고 의심 받기만 하면 간단한 절차에 의해 강제입원돼 6개월에서 길게는 수십 년까지도 강제입원과 치료가 가능하다”며 “어렵게 퇴원해도 병원 문 앞에서 또다시 구급차로 다른 병원으로 옮겨지는 등 ‘회전문 입원’도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독일의 경우 가족이 입원 신청을 하면 법원이 그 여부를 결정하고, 영국 등은 최소 2인 이상의 의사가 입원을 결정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유독 그 절차가 간단하고 신속하게 이뤄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한편 ‘2013 정신보건통계현황집’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신보건시설에 수용된 이들 가운데 보호의무자에 의한 강제입원 사례는 73%에 이르며, 지난 5년 간 인권위에 접수된 정신보건시설의 인권침해 진정사건은 1만여건으로 같은 기간 접수된 전체 진정사건의 18.5%에 달했다.
채지선기자 letmekno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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