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과학관서 별자리 직접 보고 디지털파빌리온에선 로봇 체험
서커스 배우는 특별 프로그램, 어린이 요리학교도 흥미 유발
활동적 아이에겐 전쟁기념관 체험, 서울애니메이션센터 강좌 유용
수수께끼 하나. 아이들에게는 아무리 길어도 짧고, 부모에게는 아무리 짧아도 긴 것은? 바로 방학이다. ‘야호!’ 아이들이 내지르는 해방의 탄성이 부모의 귓전에 다다르면 이내 ‘으아!’의 공포 어린 비명으로 전환되는 역설. 온종일 살을 부대껴야 하는 긴긴 무더위의 나날들을 짜증 없이 보내려면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수다. 다양한 체험과 더불어 지식 습득의 보람까지 얻을 수 있는 여름방학 알짜 프로그램들을 모았다.
로봇도 만들고, 자서전도 써보고
아이가 관심이 있든 없든, 방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과학만큼 좋은 것도 없다. 손으로 만지작거리면서 삼라만상의 원리를 파악할 수 있는 ‘실험’이라는 매개 덕분에 아이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이끌어내기 쉬운 까닭이다.
국립과천과학관은 별자리를 육안으로 직접 살펴볼 수 있는 천체관측소와 공룡을 볼 수 있는 자연사관, 태풍과 지진을 체험할 수 있는 기초과학관 등으로 평상시에도 후회할 일 없는 양질의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지만, 여름방학에는 심도 깊은 창의체험 과학교육프로그램으로 어린이들의 지성을 유혹한다. 초등 2~4학년을 대상으로 하는 ‘거꾸로 과학탐구교실’은 ‘파리지옥은 동물일까 식물일까?’라는 제목으로 동물과 식물의 특징 및 분류체계를 자연스럽게 익힌다. 초등 4~6학년 대상인 ‘생각트리 과학탐구교실’은 소리의 진동만으로 유리잔을 깨뜨리는 ‘유리잔 미션 임파서블’을 통해 소리의 특질을 체험적으로 배운다. 6세부터 초등 6학년까지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지구탐험대’, ‘또 다른 지구를 찾아서’, ‘원소와 우주’ 등 총 9개 과정을 개설했으며, 참가비는 주 4회 교육(회당 2시간)에 6만원이다. 7월 28일~8월 14일 진행되며, 개강 1개월 전 과학관 홈페이지(http://www.sciencecenter.go.kr)를 통해 선착순 접수한다. (02)3677-1367
국내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체험 전시관인 서울 상암동 디지털파빌리온에서는 초등 3~6학년을 대상으로 한 ICT 로봇교실(8월 1, 2주 수ㆍ토요일)과 4~6학년 대상의 다빈치에어 과학교실(8월 3주 수ㆍ토요일)이 주목할 만하다. 로봇교실에서는 로봇기술에 사용되는 ICT의 원리를 배워 실제 로봇 조립 및 구동에 적용해보고, 다빈치에어 과학교실에서는 우드락을 이용해 직접 비행기를 만들어봄으로써 비행원리를 쉽고 재미있게 배워본다. 수업은 무료이며, 2주전 월요일부터 선착순으로 홈페이지(http://www.digitalpavilion.kr)에서 예약 가능하다. (02)2132-0501
미래의 화가들에게는 국립현대미술관 내 어린이미술관의 ‘작품 앞 드로잉’이 딱이다. 이달 31일까지 매주 토요일 열리는 이 프로그램은 현대미술관 내 전시관으로 이동, 소장품 중 마음에 드는 작품을 골라 그 앞에 자리잡고 작품을 모사해볼 수 있게 했다. 외국 미술관에서는 흔히 볼 수 있던 풍경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에야 도입된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이 작품을 감상하며 작품 속에서 인상 깊은 부분을 드로잉으로 표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조형요소를 익힐 수 있게 했다. 6세부터 초등 6학년까지 가족과 동반한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으며, 교육비는 무료다. 현장 선착순 접수 절반, 홈페이지(www.mmca.go.kr) 예약 절반으로 운영된다. 문의 (02)2188-6137
여름방학 체험 프로그램의 ‘고전’은 각급 도서관이 마련한 독서교실. 다소 지루해 보이는 이름 때문에 아이들을 꼬드기기 쉽지 않지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어린이 인문학 이야기-심리편’을 주제로 개최하는 독서교실은 한창 감성에 눈뜨고 있는 사춘기 문학소녀와 소년들에게 솔깃할 만하다. 천유주의 ‘내 마음’, 서현의 ‘눈물바다’ 등을 읽고 자서전 쓰는 법, 그림으로 감정 표현하기 등 다양한 자아성찰의 시간을 마련했다. 8월 3일부터 7일까지 진행되며, 접수는 17일까지 홈페이지(http://www.nlcy.go.kr)에서 받는다. (02)3413-4830
서커스와 요리로 색다른 경험을
놀이를 가장한 학습 프로그램에 반발하는 눈치 빠른 아이들을 위한 ‘순수’ 놀이 프로그램도 있다. 서울 광장동 구의취수장을 리모델링한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에서는 서커스를 배울 수 있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7월 31일과 8월 1일 양일간 초등 3~6학년생 60명을 대상으로 저글링, 줄타기(슬랙라인), 죽마타기 등을 배울 수 있는 ‘서커스 예술놀이터’를 마련했다. 서커스가 낯설고 이국적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일상생활에서 체득할 수 있는 움직임으로 예술감각과 신체감각을 향상시키고자 기획됐다. 프로그램을 기획한 극단 마린보이 이성형 대표는 “기예를 익히는 과정을 통해 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도록 완성도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20명씩 3개 반으로 나눠 두 시간 동안 각각 공 저글링, 줄타기, 죽마타기 및 기타서커스를 각각 한 종씩 익힌 후 서커스 운동회와 수료식을 갖는다. 참가비는 1만원(교육재료비ㆍ점심 및 다과 포함)이며, 신청은 24일까지 서울문화재단(www.sfac.or.kr)과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www.ssacc.or.kr)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02)3437-0083
셰프 전성시대를 맞아 요리에 관심이 많은 어린이들을 위한 요리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다. 유아동들의 ‘핫 플레이스’로 떠오른 서울상상나라에서는 8월 4~29일 어린이요리학교가 열린다. 서울상상나라는 서울시가 능동 어린이대공원 안에 운영하는 어린이 복합체험문화기관. 화~금요일 오후반, 토요일 오전반으로 주 1회, 총 4주간 진행되는 요리학교는 5~7세 어린이 총 60명을 모집한다. 15일 오전 10시부터 홈페이지(http://www.seoulchildrensmuseum.org) 및 현장에서 선착순 접수하며, 참가비는 8만원이다. 한국, 중국, 일본, 태국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4개 국가의 위치, 언어, 의상 등 다양한 문화를 배우고, 각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직접 만들어본다. (02)6450-9530
미래의 직업을 찾아라
격한 신체활동을 선호하는 어린이들에게는 전쟁기념관 어린이박물관이 마련한 여름방학 프로그램이 좋다. 초등 1~3학년 어린이들이 가족들과 팀을 이뤄 국군 체험을 해보고 전쟁역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야외의 대형장비 전시장을 이용한 미션 활동과 이에 연계된 만들기 활동으로 구성됐다. 7월 29일부터 8월 21일까지 매주 수~금요일 오전 10시에 열리며, 참가비는 무료다. 3학년은 해군의 역할과 주요 전함에 대해 알아보고 참수리호 탐험, 전함 모형 제작 등을 체험하는 수요일 프로그램이 권장되며, 2학년은 공군의 역할과 조종사의 임무에 대해 공부한 후 대한민국 공군기 탐험, 수송헬기 모형 제작 등으로 꾸려지는 목요일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게 좋다. 1학년에게는 6ㆍ25전쟁 이야기를 통해 대형무기를 탐험해 볼 수 있는 금요일 프로그램이 적당하다. 15일 오후 2시부터 홈페이지(www.kidswarmemo.or.kr)에서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만화를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 아이들에게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의 ‘여름 키즈툰 애니틴 스쿨’이 제격이다. 8월 3~14일 총 10회에 걸쳐 만화와 애니메이션으로 나눠 강좌가 진행되는데, 만화가 안선희 심승희 여호경 정진씨와 애니메이션 감독 김형도씨가 강사로 나선다. 초등생과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며, 각 과정당 참가비는 10만원. 28일까지 온라인(http://www.ani.seoul.kr) 선착순 마감이다. (02)3455-8341
서울대공원내 동물원은 사육사와 수의사가 꿈인 중ㆍ고등학생들을 위한 직업탐방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서울동물원의 현직 사육사, 수의사와 동물사 한 곳을 직접 탐방하며 평소 궁금했던 것을 질문할 수 있는 멘토링 프로그램이다. 참가비는 8,000원이며, 서울시 공공서비스 예약 사이트(http://yeyak.seoul.go.kr)를 통해 미리 접수해야 한다. (02)500-7177
박선영기자 aurevoi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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