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들이라고 세상의 모든 법을 다 알 수 없다. 기존에 있던 법이라도 미처 알지 못하고 있다가, 우연히 법조문에서 발견하게 된 후 “어머, 이런 법이 다 있었어?”하며 놀라게 되는 조문들이 있다.
요즈음 무척 덥다. 그래서 오늘은 심각한 법 이야기 안 하련다. 대신 우연히 발견하고 깜짝 놀랐던 법들을 소개할까 한다. 혹여나 내가 무지해서 몰랐나 해서 주변 법조인 친구들에게도 물어봤는데, 다행히 다 함께 몰랐던 법이니까 이쯤 되면 ‘별별 법’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 듯하다.
1. 술에 취해 도로에서 갈팡질팡하면 법 위반!
낮이 길어지면 도로에 취객도 는다. 자켓은 물론이고 넥타이까지 어디론가 던져 버린 직장인들이 도로에서 이 길이 원래부터 자기 길인 양 추적추적 걷고 있는 모습들을 보곤 한다. 위험천만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을 도로교통법은 처벌하고 있다.
도로교통법 제68조 제3항 제1호에서 “술에 취하여 도로에서 갈팡질팡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점은 바로 갈팡질팡 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술에 취하긴 했지만 갈팡질팡 안 걷고 똑바로 걸었다면? 위반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대체 갈팡질팡 걸은 것과 똑바로 걸은 것의 차이를 어떻게 구별해야 할까? 그 기준이 무척 궁금하다.
2. 과로한 상태에서 운전하면 법 위반!
필자의 친구가 아침에 인도를 걷다 말고 봉변을 당할 뻔했다. 차 한 대가 갑자기 인도로 돌진해서 바로 옆에 있던 나무를 부러뜨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친구는 다치지 않았으나, 얼마나 놀랬겠는가.
처음에는 음주운전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운전자는 그 상태로 기절을 해서 나중에 깨어났는데, 경찰에게 “음주운전이 아니라, 전날 잠을 한 숨도 못 잔 상태에서 운전을 해서 잠깐 졸았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자, 그럼 과로한 상태에서의 운전은 괜찮은 걸까? 그렇지 않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술에 취한 상태 외에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서는 아니된다고 하여 과로한 때의 운전도 금지하고 있다. 과로한 상태에서도 핸들을 잡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업무로 밤을 새고 난 후 이틀 째 오후나 저녁 때에는 정신이 몽롱하니 마치 좀 취한 것 같은 느낌들을 받지 않은가. 실제로 밤을 새고 운전하는 것은 소주 5잔 정도 마시고 운전하는 것과 비슷할 정도로 반사신경이 떨어진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가? 늘 만성과로에 시달리는 후배 방송인이 있는데, 볼 때마다 늘 술 취해 있는 것 같다.)
3. 라면을 끓여 준 별그대의 홍진경은 범법자?
만화방에서 먹는 라면은 왜 그리 맛있을까?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내가 가장 많이 침을 흘렸던 장면은 김수현이 나올 때가 아니고, 홍진경이 만화방 손님에게 라면을 가져다 줄 때였다.
그런데도 아주 놀랍게도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이는 불법행위이다. 식품위생법에 따르면 만화방이나 PC방은 휴게음식점 허가를 갖춰야만 비로소 조리행위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라면을 직접 끓이는 행위는 ‘조리행위’다. 따라서 할 수가 없다. 대신 할 수 있는 것은? ‘물 붓기’다. 컵라면에 물붓기, 커피믹스에 물 붓기는 조리행위가 아니기 때문에(실은 2013년도 12월까지는 이 또한 조리행위로 보았으나 법 개정으로 2014년도부터 허용되었다), 가능한 일이다.
위 드라마에서 홍진경이 라면을 끓여다 준 것이 아니라 컵라면에 물을 부어서 가져다 주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한편, 만일 만화방 주인이 운 좋게 휴게음식점 허가를 갖추고 있더라도 반드시 1년에 한 번 식품위생에 관한 교육을 이수해야만 한다.
따라서 앞으로 만화방이나 PC방에 가서 라면을 주문할 때에는 그곳 사장님께 두 가지를 여쭤보길 권한다. “휴게음식점 허가를 갖추셨나요?”, “식품위생에 대한 교육을 매년 받고 계신가요?”라고 말이다.
참고로 필자 또한 사법시험을 준비할 때조차 이런 사실을 모른 채, 만화방에서 가끔 라면을 사 먹곤 했다.
4. SNS 단체 가입 강요도 법 위반일 수 있다?
가끔 내가 알지도 못 하는 SNS 단체에 가입되어 있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그리고는 그 단체의 활동 내역이 나한테 자꾸 알림으로 온다. 게다가 그 단체가 영리목적이거나 아니면 단체를 만든 사람의 개인 홍보용(특히 “00를 사랑하는 사람의 모임” 류. 난 물론 그 00를 알지도 못 하고, 사랑도 하지 않는다)일 때에는 가입 자체가 거의 폭력처럼 느껴진다. 마음대로 단체에 가입시키지 말아달라고 부탁을 하고 탈퇴를 해도, 슬그머니 또 가입이 되어 있을 때도 있다.
이렇게 멋대로 단체에 가입시키는 분들에게 알려 드리고 싶다! 그것이 법 위반일 수도 있다고 말이다.
왜냐하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1항 제13호에서는 “싫다고 하는데도 되풀이하여 단체 가입을 억지로 강요한 사람”을 처벌하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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