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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 "국민투표 왜 했나" 절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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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들 "국민투표 왜 했나" 절망

입력
2015.07.1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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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지나친 압박" 비판ㆍ분노 확산

한 노인이 13일 그리스 아테네의 한 카페 앞 테이블에 앉아있다.
한 노인이 13일 그리스 아테네의 한 카페 앞 테이블에 앉아있다.

그리스 국민들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정상회의 결과 그리스 정부의 개혁안보다 더 강한 요구가 관철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별다른 동요가 없었다. 어차피 ‘혹독한 긴축’ ‘그렉시트’ 어느 길로 가든지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한편 집권당 시리자의 일부 진영은 합의안 거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3일 뉴욕타임즈는 시리자 내부에서 합의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확산되며 내부 분열이 강화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합의안 통과 후 시리자의 좌파 진영 블로그는 이번 새 조건이 그리스를 ‘빚 식민지’로 바꿀 것이며 그리스가 한번 더 ‘반대’를 외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리자 대변인 니코스 필리스 의원은 13일 오전 언론 인터뷰에서 “나는 투표에서 ‘반대’를 선택하고 내 의원직을 포기할 것”이라며 합의안 거부 표시를 강하게 밝혔다.

가디언과 텔레그래프는 12일 그리스 국민들이 자국의 미래를 어둡게 전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제금융 연장 협상안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가 ‘반대’로 나왔던 일주일 전만 해도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서로 얼싸 안고 기뻐했던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그리스 국민들은 알렉시스 치프라스 총리가 애초 채권단 요구보다 더 혹독한 개혁안을 제시하자 당혹해 했으나, 채권단이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요구하며 협상이 길어지자 절망하는 모습이었다. 바실리스 시카(20)는 “국민투표에서 ‘노’(NO)라고 답했다, 분명 이번 개혁안은 민심에 부응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리오스 로지스(23)도 “지금은 국민투표를 왜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새 개혁안에 따라 부가세 우대와 보조금이 철폐돼 부담이 커지는 도서 지역 주민들의 실망감은 더 크다. 파로스 섬의 마로코스 코베오스 시장은 “주민들의 생활비가 감당 못할 수준으로 올라갈 것”이라며 “관광업에도 타격을 줘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아테네 해변에서 스낵을 파는 차랄라보스 니콜라우(65)는 “나는 늙고 못 배웠지만 어렸을 때 내가 그리스 국민이라고 말하는 게 자랑스러웠고 후세대들도 그렇게 되길 바랐다”며 “하지만 지금 유럽은 우리를 짐승처럼 다루고 있고, 우리 아이들은 망가진 나라에서 죄수처럼 자라야 할 것”이라고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독일이 고강도 개혁안을 요구하며 지나치게 그리스를 압박한다는 비판도 확산하고 있다. 트위터에서는 13일 독일의 강경 기조를 비판하는 ‘이것은 쿠데타’(ThisIsACoup)라는 해시태그(#)가 실시간 트랜드 1위에 올랐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뉴욕타임스 블로그에 “이것은 쿠데타라는 해시태그는 아주 옳은 것”이라며 “(채권단의 요구는) 가혹을 넘어 순전히 보복과 국가 주권의 말살로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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