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신고한 베트남 신부 사라지자 "성사금 노린 사기 결혼" 무효소송
"혼인 의사 없었다고 단정 못해" 패소
국제결혼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과 결혼했지만, 현지에서 결혼식을 마치자마자 신부가 사라졌다면 이 결혼은 무효일까. 법원은 한국인 남성이 청구한 소송에서 혼인은 유효하다고 판단하고 대신 이혼요구는 허락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항소1부(부장 민유숙)는 A씨가 청구한 혼인무효 항소심에서 1심처럼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3일 밝혔다.
A씨는 2013년 4월 한 중개업체를 통해 베트남 여성을 소개받고 중개료 1,033만원을 지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이후 A씨는 같은 해 5월 베트남에서 현지인 B씨와 만난 지 5일만에 결혼식을 올리고 5개월 뒤 베트남을 다시 방문하기로 약속하고 혼자 귀국했다. 신부와는 10월에 다시 만나 신접살림을 차릴 생각이었다. 9월이 돼서야 전남도 한 면사무소에서 혼인신고를 마친 A씨는 약속대로 베트남으로 가 B씨를 찾았다. 하지만 B씨는 이미 연락을 끊고 사라진 뒤였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법원에 “신부가 혼인 성사금을 노리고 사기결혼을 했다”며 혼인무효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B씨가 혼인의사 없었다는 점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불충분 하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결혼식과 혼인신고까지 이뤄진 상황에서 B씨의 증언은 없었기 때문이다. 항소한 A씨는 이번에는 B씨로 추정되는 베트남 여성이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계정을 증거로 제시했다. 사진을 올린 날짜를 근거로 출산시점을 계산하면 자신과 결혼한 2013년 5월 이후 다른 사람의 아기를 임신한 것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도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SNS가 B씨의 계정이란 근거가 부족하고, 설령 그렇다고 해도 결혼의사가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다만 재판부는 B씨가 혼인생활을 지속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고 A씨의 이혼요구는 수용했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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