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구 안내판엔 '어른들은 NO'
자유학기제 대비 본격 운영 시작
경기 부천시 시립원미도서관 2층 한쪽에 어른들은 들어오지 말라는 공간이 있다. 입구에 대놓고 ‘어른들은 NO’라고 적힌 안내판을 세워놓았고, 출입문에도 ‘이곳은 청소년들이 주인장인 공간입니다’라고 적혀 있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간, 어른들의 출입이 금지된 공간엔 청소년 진로탐색 관련 도서와 만화책이 꽂혀 있는 책장이 먼저 들어왔다. 눈을 돌려보니 ‘발아체험밭’이라 이름 붙여진 직업체험교실, 커뮤니티 공간인 ‘떡잎밭’ 등이 눈에 띄었다. 커피머신을 갖춘 간이 주방과 무대, 조명이 달린 책상 등도 마련돼 있었고 ‘미래’ ‘희망’ 등을 주제로 한 캘리그래피(손으로 그린 그림문자) 작품 40여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이곳은 청소년들의 진로체험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4일 문을 연 ‘부천씨앗길센터’이다. 전국적으로 청소년수련관이나 상담센터 등에 진로체험활동지원센터가 들어서는 것과 달리 씨앗길센터는 도서관을 거점으로 각종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센터 측은 “경기도에선 처음으로 도서나 독서와 연계한 진로탐색 프로그램 등 도서관에서만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씨앗길센터는 청소년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현장 일터와 학교를 연계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씨앗길센터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자활기업, 마을카페 등 사회적기업 30곳을 비롯해 소방서, 법원 등 공공기관과 함께 청소년들에게 직업 체험 기회를 제공해줄 예정이다. 또 멘토와의 만남, 동아리 지원 등도 벌일 계획이다.
이재희 원미도서관 팀장은 “아이들이 꼭 직업 체험을 하지 않더라도 직업에 대한 흥미와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정보나 지식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교실이 지겨운 아이들에게 자기 직업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있고 좋은 점과 나쁜 점을 솔직하게 알려줄 전문가, 멘토를 소개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씨앗길센터는 8월 부천지역 중학교 32곳 중 31곳에서 시행하는 자유학기제에 대비해 14일부터 본격 운영된다. 자유학기제는 중학생들이 한 학기 동안 중간ㆍ기말고사 없이 토론수업이나 진로 탐색, 직업 체험활동 등을 하는 제도로 2016년부터 전면 도입된다. 올해는 희망학교에 한해 진행된다.
이 팀장은 “자유학기제 시행으로 중학생들이 진로 탐색과 직업 체험을 위해 학교 밖으로 나올 예정이지만 사회에선 많은 준비가 안된 상황”이라며 “기업체 등 현장 일터, 멘토가 될 수 있는 전문가들이 청소년들을 위해 직업 체험 프로그램 등에 많이 참여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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