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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탈옥에… 열 받은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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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마약왕 탈옥에… 열 받은 미국

입력
2015.07.13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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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인 인도 美 요구 수차례 거부

"멕시코 정부에 대한 불신 커질 것"

멕시코 마약왕으로 ‘엘 차포’(El Chpoㆍ땅딸보)란 별명을 지닌 호아킨 구스만(56)이 탈옥 후 재수감된 지 17개월 만에 또 다시 탈옥했다. 그 동안 구스만 신병 인도를 요구해 오던 미국은 이번 탈옥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고 있어 미국-멕시코간 관계가 경직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법무부자는 12일(현지시간) “멕시코 정부의 우려에 공감한다”며 “미국은 구스만의 검거를 돕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교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의 공식 입장과 달리 뒤에서는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우드로윌슨 국제센터 데이비드 셔크 연구원은 “미국 정부가 공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멕시코 정부에 대한 불신의 폭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멕시코산 마약을 미국 남부지역에 공급해 온 사실을 근거로 구스만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멕시코 정부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하지만 멕시코는 “구스만은 결코 탈옥하지 못할 것”이라며 이를 거부했다. 마약 소송 전문 변호사인 갈 피셋키는 “탈옥 전력이 있는 국제적인 마약 사범을 어떻게 17개월 동안 한 교도소에 계속 가둬뒀는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향후 미국은 더욱 강력하게 ‘범죄인 인도’를 멕시코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멕시코 정부가 그간의 자존심을 굽히고 미국의 요구를 들어줄 지 주목된다.

구스만은 멕시코 최대 마약 조직 ‘시나로아’의 우두머리로, 마약밀매 및 살인 등의 혐의로 1993년 과테말라에서 처음 검거됐다. 이후 2001년 푸엔테 그란데 교도소를 탈옥해 13년간 범죄활동을 계속하다 지난해 2월 다시 붙잡혔다. 체포 당시 그의 고향에서는 “우리에게 도움을 준 구스만을 석방하라”며 시위가 일어나기도 했다. 범죄로 번 돈으로 정부의 복지가 미치지 못하는 지역 빈민들에게 도움을 줘 왔기 때문이다.

구스만은 투옥 약 17개월 만인 지난 11일(현지시간) 오후 9시50분께 샤워실에 들어간 뒤 감시카메라에서 사라졌다. 샤워실에서는 1.5㎞ 길이의 지하 터널로 연결되는 가로세로 50㎝ 가량의 구멍과 10m 길이의 사다리가 발견됐다. 터널은 높이 1.7.m에 너비 70~80㎝나 되며 터널 내부에는 모래와 흙을 운반하기 위한 소형 오토바이도 발견됐다. 이 터널은 교도소 인근 황무지로 연결됐다. 멕시코 수사당국은 알티플라노 교도소 소속 교도관 18명을 상대로 구스만 탈옥에 도움을 줬는지 수사 중이다.

멕시코 법무부 관계자들이 12일(현지시간) 알티플라노 교도소 주변의 가옥에서 발견된 탈옥용 터널 출구를 살펴보고 있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11일 이 터널을 이용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아몰로아=AFP 연합뉴스
멕시코 법무부 관계자들이 12일(현지시간) 알티플라노 교도소 주변의 가옥에서 발견된 탈옥용 터널 출구를 살펴보고 있다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은 11일 이 터널을 이용해 교도소에서 탈옥했다. 아몰로아=AFP 연합뉴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2009년 구스만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41위에 선정했고 세계 억만장자 리스트에서는 701위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멕시코 경찰에 체포됐을 당시 그의 소지품 중 시가 30만3,000달러(약 3억4,000만원)에 달하는 권총이 발견됐는데, 금과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권총 손잡이에는 ‘포브스 억만장자 701’과 ‘시날로아’라는 글이 새겨져 있었다. ’2010년에는 ‘세계 10대 지명 수배자’ 중 오사마 빈 라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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